나르와 눈사람
캅사르 투르디예바(저), 정진호(화), 이미하일(역), 「나르와 눈사람: 우즈베키스탄 옛 이야기」, 비룡소.
새해 하루 전, 나르의 부모님은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습니다.
아버지는 나르에게 동물들을 잘 돌보라고 당부했지요.
하지만 다음 날, 나르는 하루 동일 눈사람만 만들었어요.
눈사람의 눈은 양파, 코는 당근, 입은 수박 껍질, 그리고 귀는 감자였어요.
집으로 돌아온 나르는 그대로 잠들어버렸어요.
마당에서 배고픈 송아지와 염소, 목마른 새끼 양이 큰 소리로 울어 댔어요.
나르는 잠만 쿨쿨 잤지요.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나르가 만든 눈사람이 눈을 깜빡, 깜빡 하더니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그러고는 울고 있는 송아지에게 다가갔지요.
"송아지야, 울지마. 내 양파 눈과 당근 코를 줄께."
눈사람은 염소와 새끼 양에게도 말했지요.
"염소야, 감자 귀를 먹어.
새끼 양아, 수박 껍질 입을 먹으렴."
입까지 주자 눈사람은 더는 말할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몸을 녹여 물웅덩이가 되었지요.
목마른 동물들을 위해서요.
물웅덩이를 바라보던 새끼 양이 말했어요.
"눈사람을 원래대로 되돌리자! 이렇게 착한 눈사람이 사라지게 놔둘 수는 없어!"
송아지와 염소도 고개를 끄덕였지요.
"나르야, 일어나! 일어나!"
동물들은 쿨쿨 자고 있는 나르를 깨웠어요.
겨우 잠에서 깬 나르는 동물들에게 눈사람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잠만 잔 게 무척 부끄러웠지요.
나르와 동물들은 함께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양파로 눈을 만들고 당근을 꽂아 코를 세웠지요.
그리고 감자 귀와 수박 껍질 입도 만들었어요.
드디어 눈사람이 눈을 깜빡, 깜빡 하더니 다시 깨어났어요.
나르와 동물들은 기뻐서 눈사람을 꼭 안아 주었지요.
"넌 눈사람이지만 마음은 정말 따뜻해!"
겨울이 지나자 날이 따뜻해졌어요.
눈사람의 몸은 조금씩 녹기 시작했지요.
"눈이 녹지 않는 산꼭대기로 가자!"
나르와 동물들은 눈사람을 데리고 산꼭대기로 향했어요.
이제 눈사람은 눈이 녹지 않는 산꼭대기에 있답니다.
나르와 동물 친구들을 다시 만날 겨울을 기다리면서요.
....
「나르와 눈사람」은 우즈베키스탄의 겨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재미난 우화예요. 할 일을 미루는 '나르'와 따뜻한 마음으로 남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베푼 '눈사람'의 이야기지요.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선행과 책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답니다. 다양한 민족이 어울려 사는 우즈베키스탄 문화에 감명 받은 작가는 점, 선, 면 그리고 사물들의 조합을 통해 이야기를 표현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