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08 아침
응
사무실에 09:05에 도착하고
어린이집에 09:10에 도착해서 들어갔어
들어가는 데
꽃잎반 남자애 하나가
할아버지랑 왔는데
안 들어간다고 계속 버티고 유리문 앞에 있더라고
“우리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하고 들어가는데
둥둥이가 ‘어? 저 형 안 들어가나?‘하는 표정으로 계속 쳐다보길래
“모기 물리겠다, 들어오실라우?” 물어봤더니
짜식이 눈에 힘주고
“나는 안 들어갈 껀데요!“라고 또박또박 말하더라고
그래서
"네 알겠습니다” 하고
둥둥이 신발을 얼렁 벗겨서
내가 직접 신발장에 넣어주고 얼렁 둥둥이를 데리고 들어왔어
(혹시 둥둥이도 안 들어간다고 하면 우짜나 싶어서)
그 다음부터는 뭐 익숙한 스토리야
책방에 먼저 들어가서
동요책에서 <반짝반짝 작은별>을 틀어놓고
손을 흔드면서 좋아하고 있었고
나를 쳐다보는 둥둥이한테
“아빠 짐 좀 정리하고 들어갈께"라고 말하고
옷은 서랍에 넣고
출석부도 쓰고
튜브랑 공은 동그라미 방에 넣고 이러고 있는데
유주가 복도에서
나한테 손을 흔들면서
똘망똘망한 눈으로 "시원이 아빠, 안녕!"하는 거야
나도 손 흔들면서
"유주도 안녕! 시원이도 여기 방에서 놀고 있어”
“시원아, 유주 왔어요” 라고 얘기해줬어
둥둥이는
부릉이 책 2권을 잘 읽고 있었어
책을 가져와서 내 다리 사이로 오면
번쩍 들기 전에 몸통을 손가락으로 간지럽혔거든
그랬더니 꺄르르르 좋아하면서 무릎 위로 왔어
1권을 더 꺼낼 때 즈음에
효정샘이 “어? 아버님, 오늘은 통합 교육이어서 꽃잎반으로 오셔야 해요"라고 하시길래
"네! 둥둥씨, 우리 딱 요거 하나만 읽고 손씻으로 갑시다. 아빠야 보세요! 알았지?” 그랬고
둥둥이는 책을 펼치면서 작은 소리로 “네"라고 대답했어요
원감 선생님은 바쁘셨어
얼렁 튜브랑 공도 넣어야 하고
안 들어온다며 할아버지랑 실갱이 하는 남자애도 처리해야 하고
그러다 우리를 스쳐지나가셨는데
뭔가 바쁜 마음이 느껴지는 거 같더라고
책을 다 읽고
"둥둥아 이제 손 씻으러 가자"하면서
번쩍 양 손을 잡고 들어올렸다 내렸다를 하면서
옆에 있는 세면대로 갔어요.
세면대에 딱 착지하자마자
내 무릎으로 옆구리를 딱 잡고
양 손으로 둥둥이 손을 잡고
바로 손을 씻기 시작했더니
둥둥이가 순순히 따라오더라고
손을 씻고 내려가려는데
내 등을 딱 붙잡길래
'그래, 어쩔 수 없다’ 하면서
어부바를 했고
몰래 슬금슬금 가운데 꽃잎반 방으로 갔어요
효정샘이
"이제 간식 먹을 시간 얼마 안 남았어요"하시면서
둥둥이를 데리고 갔고
둥둥이는 나와 마주보고 배꼽인사를 하고 잘 들어갔어
혹시 울상을 짓는 건 아닌가 싶었는데
효정샘이 꼬옥 껴안으시고 데려가면서
싫다 소리 하나 없이 잘 들어가서
친구들 있는 책상에 앉더라
유리문을 나왔더니
정문 앞에서
원감선생님이 그 남자애랑 계속 얘기하고 있고
할아버지는 옆에서 튜브를 드신 채로
계속 추임새를 넣고 계시더라고.
“나 들어간다, 넌 잘 가렴!”
'날씨도 뜨거운데 정말 고생들 하신다..’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면서
쓰윽 지나쳐서 다시 사무실로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