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170622 아빠, 선물이에요.
zingari.JQ
2018. 2. 19. 07:06
“아빠, 선물이에요.”
나는 사실 생일이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생일에 무언가를 기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이번 생일도
당연히 조용히 지나가기를 소망했다.
그래서 가족 셋이서 여행을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거실에서 노는 둥둥이를 등 뒤에 두고 설겆이를 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둥둥이가 “아빠, 선물이에요"라며,
무언가를 내 옆에 두었다.
듀플로를 2단으로 쌓은 블럭들에
단추 장식을 곱게 올려놓고 케잌이라고 준 것이다.
"으응?! 아빠 선물이에요?”
“네에, 아빠 선물이에요.”
꾀꼬리같이 목소리로 대답하는 아들을,
그리고 정성스런 선물을 보노라니,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뭐랄까,
생일은 내게 존재하는 이유를 항상 묻던 날이었는데,
이번 아들의 선물은
나에게 존재의 이유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
내가 울컥거리는 걸 눈치챈 둥둥이에게,
얼렁 달려가서 살포시 그리고 와락 껴안았다.
“아빠가 너무 기뻐서, 정말 좋아서, 눈물이 나는 거예요.”
…
내 서른 여섯번째 생일을 그렇게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