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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약의 조직원리와 지역자치(한도현, 2003)

zingari.JQ 2019. 2. 22. 18:14

한도현, 2003, "향약의 조직원리와 지역자치: 베트남 모짝사의 사례", 「동남아시아연구」, 13(2): 287~322, 한국동남아시아학회. 




향약의 전파와 전개

향약은 중국의 북송에서 출발할 당시 유학자들간의 수양 조직으로 자발적이고 자치적인 성격을 가졌으나 명청 시대, 베트남의 레 왕조, 조선시대 등으로 전파 확산되면서 비자발적 성격을 띄게 되었다. 

베트남의 향약은 프랑스 식민지 이전 시기, 프랑스 식민지 시기, 1990년대 이후의 것, 등 세가지로 나눈다. 식민지 이전 시기의 것을 고향약, 식민지 시기기의 것을 개량향약, 1990년대 이후의 것을 신향약라고 한다.

pp.288~289


마을 자치의 전통

이 논문은 향약을 봉건제도의 축이라든지 정부의 주민 착취 수단이라고 단정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스콧은 향약 그 자체를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마을공동체 전통이 베트남 역사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잘 지적하였다. 일부의 학자들은 마을 공동체 전통에 대한 지나친 강조를 비판하기도 하였지만, 역사학자들, 인류학자들 대부분은 마을 공동체 전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베트남 내에서도 1990년대부터 향약의 자치적 성격을 부각시키고 베트남 역사가 남긴 좋은 전통이라고 보는 견해들이 나타나고 있다. 나아가 베트남 전역에 걸쳐 신향약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새롭게 농촌 질서를 재편하면서 향약의 자치적 성격, 공동체적 성격에 주목한 것이다. 

pp.310~313


띤깜, 사회자본으로 역할

베트남에서는 신분이나 연령의 차이를 넘어 불평등한 사회관계를 부드럽게 해준다는 띤깜이라는 사회관계가 중요하다. 사람들 사이의 띤깜을 형성하는 데 향약이 지닌 의의를 주목한 사람은 인류학자 멜라니이다. 그는 틴리엣 향약을 분석하면서 향약의 행위 규범들, 선물교환 규범들이 사람들 사이의 띤깜을 형성하는 데 중요하다고 지적하였다. 띤깜 형성은 현대사회학의 용어로 말하자면 사회적 자본이다. 향약은 주민들 간의 사회적 자본을 증대시키고 나아가 지역사회의 사회적 자본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회적 자본은 사람들 사이의 협력과 협동을 조장하는 규범, 네트워크, 신뢰 등을 말하는데 향약은 지역사회의 사회적 자본이라고 할 수 있다. 멜라니를 제외하면 향약이 지닌 띤깜 질서의 차원이 그동한 주목되지 못하였다. 

p.313


중간조직

향약은 완전한 자율 영역도 아니고 정부의 발단 행정기구도 아니다. 정부와 비 정부의 가운데 즉 제3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전문가인 필립 황은 서구와는 달리 아시아에서는 제3의 영역이 역사상 중요했다고 지적한다.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중간조직을 기대하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아시아적 중간 조직 즉 제3영역이라는 관점에서 향약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아시아적 중간조직은 퓨스미드가 말하는 종속적인 매개집단과도 유사하다. 퓨스미드는 근대화 이전에 존재한 듯이 보이는 아시아의 중간조직은 서구의 자율적인 매개집단이 아니라 종속적인 매개집단이라고 단정한다. 종속적이라고 해도 그것이 정부의 착취도구이거나 신분지배의 도구인 것은 아니다. 정부에 대해 '종속적'이라고는 하지만 공동체 성원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주민들간의 공동체적 유대와 띤깜을 위해 활동한 조직이었다.

p.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