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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의 경계에 대한 메모들

zingari.JQ 2019. 10. 18. 10:55

네트워크의 경계에 대한 몇 가지들을 생각나는대로 적어놓고자 한다. 



경계라는 용어는 영어로 3가지 정도가 있다. 

frontier는 '서부개척' 같은 의미,

boundary는 내부에서 바라본 경계의 의미, 

border는 넘을 때 변화가 생기는 경계의 의미를 담고 있는 걸로 기억한다.

(15년 전 울릉도 현지조사 다녀와서 보고서 쓰면서 봤던...)


구글에서 '네트워크 + 세가지 용어'를 번갈아가며 (아침에 잠깐) 검색해봤다. 


네트워크라는 것 자체가 흔히 선과 점으로 그려지는데, 이를 평면에서 입체화시키는 확장을 보인다. 그런데 이 네트워크를 경계에서 읽어내려는 시도를 한다면, 그건 어디를 봐야하나?

그래서 네트워크 기술 쪽 개념들이 있길래 잠깐 흘려봤다.

Border

The handoff point of any IP-enabled infrastructure. This is where a session passes from one network to another and can be defined as the edge of a carrier's network or the point between an enterprise and its carrier. (By Vangie Beal)

What is border? Webopedia Definition
https://www.webopedia.com › TERM › border

여기서는 edge라는 용어를 쓰길래, 따라서 찾아봤더니

Edge

What is edge of a network? An edge device is a device which provides an entry point into enterprise or service provider core networks. Examples include routers, routing switches, integrated access devices (IADs), multiplexers, and a variety of metropolitan area network (MAN) and wide area network (WAN) access devices. 

Edge device - Wikipedia
https://en.m.wikipedia.org › wiki › Edge_device

아! 단말기가 네트워크의 경계이구나. 지금 구글링을 하고 있는 컴퓨터와 나 사이에 경계가 있구나. 흔히 그리는 점이 각각 경계를 만나는 곳이구나. 

흥미로워서 boundary도 찾아봤다. 

Boundary

Definition of: boundary router (1) A router that connects the Internet to a company's intranet via a DMZ (demilitarized zone). The boundary router, which may be located at the ISP, is an external firewall that connects to the company's internal firewall and proxy server within the DMZ.

boundary router Definition from PC Magazine Encyclopedia
https://www.pcmag.com › encyclopedia › term › boundary-router


어? 이거 뭐야? DMZ? 남북한 경계에 있는 DMZ처럼, 네트워크 안과 밖 사이에 보안을 위한 'no man`s land'를 둔다는 거잖아. 권헌익 선생님께서 예전에 노맨스랜드에 대해서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좀 써먹을 것이 없는지) 찾아봐야겠다(여쭤보던가... 아.. 부담...). 

아마도, 이런 노맨스랜드는 형태적으로는 충돌을 피해서 거리를 두는 곳이지만, 사실 이 안에 들어가면 적군 아군 식별이 어려워서 그냥 죽게 되는 공포의 영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신기하지, 1차 세계대전 때는 이 노맨스랜드를 두고 땅을 파서 숨고 전선을 형성했는데, 그게 만약에 길어진다면 한반도의 노맨스랜드처럼 자연이 활짝피는 곳이 되기도 한다니. 노맨스랜드는 기본적으로 그 의도나 성격이 일방적으로 (톱니바퀴 물리듯) 물려있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의도치 않은 자연(불확실성)'의 상태를 만들게 된다. 

네트워크 기술에서 부르는 DMZ도 이러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건지는 모르겠다. 인트라넷을 보호하기 위해, DMZ를 놓고 바깥에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다는 얘기는 사실 장벽을 두껍게 세워놨다는 얘기일 수도 있는데, 거기에 새로운 성격이 펼쳐지는 장소가 될 수 있나? 사람들이 상상 속에서는? 

그러고 보면, 예전에 근무하던 직장에서 몰래 와이파이 라우터를 설치했는데, 내 컴퓨터에 있는 랜선을 뽑아서 설치했더랜다. 핸드폰에서도 와이파이를 좀 쓰려고 했던 시도였다(지금은 당연하지만 당시에는 그게 안 되어있는, 그래서 통신요금 내면서 핸드폰을 열어야 하는 조건이었다). 이게 내가 워낙 뭘라서, 와이파이 라우터에 아이피를 잡는데 이게 종종 뭐에 걸렸는지 튕겨나가서 아이피 번호를 이리저리 바꿔가면서 쓰고 있었다. 그랬더니 한달 뒤에 건네들은 얘기로는 통신실 직원들이 '외부에서 침입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이를 잡으려고 엄청 노력했으나 아직 못 잡았다는 것이다. 당시 북한에서 Ddos 공격으로 이래저래 피해를 봤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는데, 또 다른 쪽에서는 '뭐만 하면 북한 탓'이라고 비난하던 시절이었다. 나중에 선배의 논문을 보니, Anonymous에서도 #Operation North Korea가 시도되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자, 내가 얘기하려는 건 사람들의 상상력이다. 전직장 인트라넷의 경계에서 벌어진 일은 사실 내부에서 두들긴 시도인데, 파수꾼은 외부의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이 판단에는 당시의 시대적 흐름도 분명 작용하였다. (전직장, 공공기관이었다... 지시가 내려왔겠지) 자, 담당자께서는 화가 매우 나실 지도 모르는데(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똥누면서 페이스북을 와이파이로 보겠다는) 이 시도로 인해 나는 경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전에는 전혀 몰랐다가) 이제는 알게되었고, 통신실에서 네트워크의 경계를 살피던 직원은 이게 어떤 일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상부에서 내려온 지침과 자신의 지식을 동원하고 있었다. 경계에서 일어나는 상상력은 판단을 위한 것이며,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더욱 힘을 발휘한다. 

좀 더 생각해보자. 이건 인트라넷이라는 경계가 매우 선명하게 있는(둘러싸여 있는) 극단적인 조건이었고, 좀 더 열린 평범한 네크워크라면? 

단말기처럼 각 점점이 모두 각자의 경계를 만나고 있다면, 이걸 하나의 '경계'라고 보고 그 성격을 파악하는게 가능한 일일까? 그냥 '불확실성' 정도의 뻥 열려버린 것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경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실제를 만나기 위해서 노력하던가 타당한 근거를 두고 상상을 해보는 작업을 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네트워크의 총체적인 성격을 알기 위해서는 점과 선, 그게 만드는 평면과 입체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라는 추출된 (프레이밍된) 필드 안에서 생각해보자. 이 네트워크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자. 내가 관찰한 바로 네트워크는 경계를 확장하고, 경계에서 넘어오는 정보들로 살아남고 있다. 네트워크 내부 스스로 생명을 유지하는 장치는 없다. 그 말 자체는 오류를 담고 있다. 네트워크라는 개념 자체가 관계성 사이에서 존재가 유지되고 변화된다는 뜻이다. 어떤 네트워크 그림을 아주 멀리서 보면, 그 자체는 하나의 점이 된다. 그 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시 그 주변의 것과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에반겔리온이 아닌 이상, 우린 밥을 먹고 공기로 숨쉬면서 살아야 한다(물론 친구도 만나고 술도 마셔야 하며, 집도 옷도 있어야 한다). 이게 모두 경계를 넘나들며 일어나는 일이다. 네트워크 자체도 마찬가지이다. 네트워크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경계가 계속 살아 숨쉬어야 한다. 

그렇다면 네트워크의 경계가 어디인지를 찾는다는 건 무슨 시도이냐? 그건 프레이밍이다. 네트워크 자체는 끊임없이 확장될 수 있는 것이지만, 우리는 프레이밍을 해서 그 경계를 세워둔다. 그 프레이밍의 시도, 그리고 경계 위에서 의도대로 되지 않는 여러가지 일들, 이 사이에서 벌어지는 그 의미와 성격을 파악하는 일이 네트워크 자체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국면이다. 네트워크를 안에서의 작동방식, 동질성에 입각한 규칙적인 방식으로만 이해할 수 없다. 경계에서 일어나는, '불확실성'과 만나는, 그래서 상상력이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이질성에 입각한 불규칙적인 지점도 함께 이해해야 한다. 그 불규칙이 내부의 규칙에 다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를 밖과 안에서 이해하는 일은, 그동안 시도해왔던 공동체를 안과 밖에서 이해하는 일과 겹쳐질 수 있다. 공동체를 경계에서 읽어내려는 시도들에서부터 그 좀 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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