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관광단지 지구지정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접한 순간 ‘삶은 계란에서 병아리 나오길 바라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사실상 사업이 무산됐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 같다. 사업자나 문막읍 주민들은 아마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일 게다. 반대 측은 원창묵 시장에 대한 책임론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화훼단지 필수시설인 발전소 찬반논란으로 지역사회가 장기간 갈등의 골이 깊게 팬 점, 사업자 말만 믿고 ‘잔금지급 약속’을 빈말처럼 여러 차례 해온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찬성 측은 “발전소 반대를 줄기차게 요구해서 화훼단지조성사업을 무산위기에 빠트린 책임에서 반대 측도 자유로울 수 없다”라는 입장도 새겨봐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헝클어진 화훼단지 조성사업 하나만 갖고 원창묵 원주시장에 대해 “잘했다”, “못했다”라는 양가치 척도로 접근하는 것은 숲을 보지 못하는 지극히 근시안적 사고다.
원 시장 같이 평가가 극과 극으로 치닫는 경우도 없는 것 같다. 첫 3선 시장이므로 10년째 시장 직을 수행하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고 생각해 본다. ‘불도저 시장’이니, ‘토건식 사고에 젖은 시장’이니하며 반대론자들은 비난을 퍼붓고 있지만, 때론 고독한 마라토너처럼, 파워풀한 추진력으로 먼 미래를 내다보고 성장의 주춧돌을 하나하나 쌓아왔다. 앞으로 건강한 발아, 성장, 숙성과정을 거쳐 다디단 열매를 맺을 날도 머지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게 여주~원주 수도권 전철 복선추진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원 시장은 줄기차게 복선을 요구해왔고, 실제 전체 구간 가운데 터널 등 일부는 복선을 전제로 추진되고 있어 전망은 아주 밝다고 한다. 당초 1군지사 부지를 이 구간 서원주역 인근에서 만종으로 방향을 튼 것은 도시 확장성을 내다본 선견지명이다. 구도심 부활 프로젝트도 빼놓을 수 없다. 중앙동,봉산동,학성동 3곳의 도시재생 사업이 확정돼 이미 닻을 올렸다. 1개 자치단체에서 3개의 도시재생사업이 동시에 추진되는 것은 보기 드문 경우다. 1,000억 원의 국비가 투입되는 학성동 호수공원 사업은 단연 돋보인다. 구도심 활성화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들 모두 알토란같은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과거 원주시는 문화의 사막 같았던 도시란 오점을 안고 있었다. 시민들은 문화에 대한 강한 허기를 느껴왔다. 문화재단 설립 이후 시내 중심가는 물론 농촌지역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여 문화적 욕구에 목말라하던 시민들의 갈증을 해소해 줬다. 얼마 전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에 가입함으로써 세계 유수의 문화 도시들과 같은 반열에 올라섰다. 사실 가입에 나설 당시 “다른 도시에 비해 콘텐츠가 빈약해서 안 될 거야”, “달걀로 바위 치는 격”이라는 등 비관적인 전망이 많았지만, 결국 원주시는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이달 말 발표되는 문화도시에 선정되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셈이 된다. 일거양득이 아니라 일거십득의 효과를 볼 것이다. 바야흐로 ‘문화 DNA’의 진수를 시민들은 체감하게 될 것이다. 전국적 명소로 부상한 간현관광지 소금산출렁다리는 관광객 유치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걸어서 5분 안에 즐길 수 있는 공원도시’란 슬로건에 걸맞게 갈끔하게 단장된 공원은 도시미관 개선은 물론 쉼터 역할을 독톡히 하고 있다. 과거 지저분하고 칙칙하던 도시 이미지가 깨끗하고 산뜻하게 탈바꿈하고 있다. 가끔 찾아오는 수도권 지인들은 혁신도시, 기업도시 발전상을 보고 “원주는 이제 강원도가 아니다”라거나 “역동적인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한마디씩 거든다.
원 시장은 일부 야박한 평가에 서운할 법도 하다. 그러나 시장이라는 엄중한 자리, 그리고 누구나 평가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므로 그런 평가는 항상 따라 다닐 수 밖에 없다. 그 잣대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천양지차의 차이를 보일 수 있다. 허나 원 시장에 대해 극단적 진영논리에 매몰돼 일부를 보고 전체를 재단하는 것은 논리 모순이자 사막의 언어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빙산은 극히 일부분일 뿐 수면 아래 거대한 빙산을 보는 깊이 있는 혜안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