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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호동이 지워지고 있다

김종헌, 2015,
『청호동이 지워지고 있다』,
글나무.

물길을 트느라
사람의 발길을 끊었다
아바이 마을의
새로운 38선

이제 더 이상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청호동 낮은 집을 깔고 앉아
야경 사진의 멋진 배경이 된
두개의 철제 다리

잃은 것에 대해 누구도 말이 없었다

가을동화 은서네 집
1박 2일이 다녀간 집
입맛이 아닌 입소문을 팔고
삶이 아닌 드라마가 사는 곳

발뒤꿈치로 늘려서 팔던 말린 오징어를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고향을 잊지 않으려던 이들과
그들의 삶을 나르던 갯배마저
편도 200원짜리 인증샷의 배경이 되어 버린
오늘 저녁 무렵

청호동이 조금씩 지워지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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