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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chat GPT의 경계에서

zingari.JQ 2024. 5. 23. 16:11

대학마다 수업마다
chat GPT를 못 쓰게 하는 곳도, 잘 써보게 하는 곳도 있던데,
뭐가 됐던 문제가 무엇을 딛고 있는지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

어려운 문제겠지만,
chat GPT 이슈의 한 단면을 기록해보자고,
어느 이메일에 보냈던 내용을 여기에 올린다.

chat GPT와 user를 network로 보자면,
네트워크 바깥과 만나는 경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해보자는
생각이 있어서, 이렇게 올려본다.


보내주신 답변 잘 들었습니다.
'읽었으나 어려웠고,
이해를 돕기 위해 chat GPT를 사용하였다가, 그 내용이 과제에 일부 반영되었다.'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추가로 정보를 찾아보는 건, 좋은 공부 방법이에요.
저 역시, 내용을 모르겠으면 외국어 사전이나 백과사전, 다른 서적을 찾아보기도 해요.

학술적 글쓰기에서는 어쩔 수 없이 2가지를 잘 지켜야 해요.
ㅇ 인용 출처 밝히기 (지금은 과제물이니깐 그렇게 안 해도)
ㅇ 본 텍스트에 충실하면서 내 질문을 계속 쥐고 있기 (지금 하려는 얘기는 이거예요)

이번 리딩에 나온 '의학적 물질주의'를 예로 들어봅시다.

'의학 물질주의'는 사전에 '신체와 건강을 이해하고 치료하는데, 물리적 생물학적 요인에 초점을 맞추는 관점' 이런 내용이 나와있겠죠.

제가 공부했던 걸 되내어보면,
의학이나 생물학 안에서 vitalism / mechanism 논쟁이 있어요.
이건 삶/생명을 다루는 과학, 더 넘어 철학까지 확장되는 뿌리 깊은 줄기예요.

의학·생물학에선 기계론으로 신체나 생물을 다루는데,
철학이나 사회과학에 가면 생기론의 관점이 역동을 담아내는 태도이거든요.

다시 그 생기론이 '자기 생성'이나 '생명의 그물' 같은 개념으로 과학에 등장하고요.
(사실 저는 vitality를 삶과 역동울 담는 '생동론'이라고 번역하려고 해요)

'의학 물질주의'는 기계론에 해당하는 관점인거죠.

하지만 제가 공부하다보니, 의학에선 기계론만 있지 않아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있고, 항상 염두해두죠.
그래서 vital sign이 중요해요.
신체 내부의 문제를 분절해서 그 작용을 다 머리 속으로 집어넣었다고 해도, 문제를 하나씩 다 풀어낸다 해도,
분명 막히는 지점이 생기거든요.
결국 vital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게 가장 직관적인 지표이자, 가장 마지막 방어선이기도 하죠.

그래서 공부하다 보니,
의학에는 기계론과 생기론이 항상 공존하면서 서로를 견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 주에 응급실 교수님 만나서 이 생각에 대해 물어볼 거임)

그런데,
중요한 건 이번 리딩에선 이런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우리 리딩에선 의학 물질주의를 '종교 경험을 의학적으로 설명하려는 경향'(63쪽)라고 보고 있죠...?

이런 걸 맥락(context)라고 하잖아요. 맥락 안에서 생각해보는 연습을 해보는거죠.

저자가 '의학 물질주의'에 대해 비판적인가 긍정적인가?
아니면 현대인 / 원시인 구분해서 적용하나, 아니면 둘 다 있다고 하는 걸까?

이런 식의 질문을 갖고 저자가 말한 '의학 물질주의'에 대한 주장과 논거를 따라가보는게,
우리가 대학에서 훈련받는 '읽기'예요.

chat GPT를 사용하면,
이런 맥락을 벗어나버리고
내용 파악에 의존이 생기고
내 머릿속에 나오는 질문이 나오는 걸 놓쳐버리게 되잖아요.

그 질문을 놓치 않고 계속 쥐면서, 텍스트를 읽어가며 내 방식대로 정리해보도록 연습하자는건데
단순히 사전을 참고하는 거랑은 전혀 다른 문제가 발생하잖아요.
우리가 대학에서 기본적으로 하려는 '질문을 끌고 가기' 방법을 피해버리는 일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표절'은 학문 세계에서 가장 문제가 되어요.
같은 의미에서 chat GPT를 참고를 넘어 사용하게 되면, 같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요.

생각하는 힘이란,
나만의 질문을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건 어느 분야이던 마찬가지이고요.

문제를 해결해가는 첫 걸음이,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 다시 말해 '질문을 하는 것'이거든요.

보내주신 답변은 잘 이해했습니다.
자세히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교수님과 상의해서 점수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나도 텍스트에 충실하지 못한 과제물을 제출하던 학생이었는데...

그래서, 이번 대화가 마음에 계속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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