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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160726 아침

zingari.JQ 2018. 2. 19. 06:55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 장조 3번, 정경화의 연주.

아침 6시에 핸드폰에서 알람으로 울리는 곡이다. 물론 이 연주를 좋아해서 알람으로 걸어놓았지만, 아침 6시부터 1시간동안 울리는 곡을 언제 어디서부터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상태에서 슬며시 잠이 깬다.

아니 잠이 깨지 않은 채, 음악소리만 들리는 정도랄까. 만두가 이불 속에서 뒹굴면서 “자기야… 음악 끌까?” 물었지만, 나는 “…아니 냅둬”라며 다시 잠을 청한다. 


비틀즈, ‘예스터데이’

7시 4분이 되면, 거실에서 음악이 나온다. 역시 사랑하는 곡이지만, 언제 전주가 흘렀는지 어디에 쓸쓸한 여운이 흘렀는지 전혀 모른채 잠을 안 깨려고 노력한다. 

가장 사랑하는 곡 ‘렛 잇 비’가 흐르지만 여전히 나는 ‘냅 둬 줘’ 생각하며 잠을 붙잡는다. 결국 ‘헤이 쥬드’’의 후렴에서 “쥳쥬드쥬르쥬르쥬르쥬르 아~예~”하는 부분이 되서야 ‘일어나야 하나 보다’ 생각이 든다.


둥둥이, 혼잣말

요즘 둥둥이가 아빠 엄마 말을 곧 잘 한다. 오늘 아침에도 모든 음악이 끝난 후에, 혼자 한참 깨있었는지 언젠가부터 혼잣말을 하고 있다. 옹알이라고 하기엔 녀석이 많이 컸지만, 사실 말이라고 하기엔 옹알이 같은 그런 소리이긴 하다. 

아침에 듣고 있으면 꽤 귀엽다. 더 듣고 싶어서 귀를 기울일 정도이니깐. 

방에서 혼자 깨서 안방으로 ‘샤샤샤삭’하는 발소리에 푹 자고 있던 만두와 내가 번쩍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 둥둥이는 누워서 혼잣말을 하는게 재미있나보다. 


만두, “자기야, 아침 먹자”

둥둥이를 가운데 끼고 만두와 내가 누울 수 있을 때까지 누워있다가, 만두가 말한다. 

어제 월요일, 너무 늦잠을 자서 둥둥이를 차에 태우고 만두는 먹다 말은 밥을 먹이고 나는 운전을 해서 남태령 고개를 넘었다. 

나와 둥둥이는 어린이집과 연구원을 함께 출근하는 동료이다. 여기에 만두가 함께 탔다는 건, 우리가 엄청 늦어서 만두가 둥둥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상황을 뜻한다. 

나는 연구원 책상에 앉고, 만두는 집에 돌아가서 메세지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아침에 꼭 일찍 일어나서 둥둥이랑 같이 밥 먹자. 잘 커야하는데, 자기는 나갈 준비하고, 애 혼자 먹으려니깐 잘 안 먹는거 같아.”

‘그래, 총각때 밥 혼자 먹는거 너무나도 싫어서 결혼을 결심했는데, 내가 이러면 안 되지.’

그래서 오늘 아침은 둥둥이랑 만두와 함께 밥을 먹었다. 머리를 감고 말리다 말고, 만두가 주말에 끓인 돼지고기 젓국찌개에 밥을 쳑쳑 말아서 먹기 시작했다. 그것도 둥둥이한테 밥먹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빠 한입 먹는다, 아아앙~”하고 큰 입을 벌려서 한 숟가락을 콱 먹는다. 그럼 둥둥이도 따라서 찌개에 말은 밥을 한 숟가락 콱 먹는다. 나는 둥둥이 속도에 맞춰서 기다렸다가 또 다시 “아빠 또 한입 먹는다, 크아아앙~”하고 보여준다. 

물론 예닐곱 숟가락을 먹으면 딴 짓을 시작한다. 

둥둥이가 “꼴꼴꼬올~” 소리를 내며 물통을 가리키면, 아빠 엄마한테 물을 따라주겠다는 얘기이다. 비어있는 밥그릇을 대며, “자, 아빠 따라주세요” 물통을 건네주면 배운대로 한 손은 아래를 다른 한 손은 위를 잡고 물을 따른다. 처음에 술을 따를 때는 조심스레 따르고 멈추더니, 요즘은 물 따르는게 과격하다. 아, 술은 조심스레 따르고, 물은 과격하게 따르나?


93.1MHz, ‘그가 말했다’

“만두야, 둥둥이 신발도 가지고 내려와요”

둥둥이를 안고 집 앞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차 뒷문을 열고 카시트에 태우려고 하는데, 둥둥이는 뻐대대기를 치면서 아래로 내려온다. 그리고는 앞좌석 가운데 있는 사물함을 기어올라가서는 운전석에 도착한다. “이이이이이~”하면서 차키가 있는 사물함을 가리킨다. 차키를 꺼내달라는 뜻이다. 

누가 피는지 담배 냄새가 나길래 얼렁 조수석에 타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차키를 꺼내서 전원을 켰다. 라디오도 켰다. 둥둥이는 핸들을 잡고 “부우우우웅~”하며, 깜빡이를 켠다. 나는 더워서 ‘에어콘을 켤까, 아니야 냄새날꺼야. 창문을 열까, 아니야 담배 냄새 나잖아. 둥둥이가 더우려나? 땀나는 건 아니겠지?’ 혼자 고민을 한다. 

“그 앞에 매번 가니깐, 차만 타면 거기 가겠다고 하잖아”

만두가 가방과 신발, 방울토마토 한 접시를 가져오면서 말한다. 그래 그러면 안 되지 싶으면서도 “카시트에 태우려는데 지가 내려와서 여기까지 오더라고”라며 둥둥이 핑계를 댄다. 역시 먹히지 않는다. “그래도 카시트에 태워야지!”

그래도 오늘 아침에는 평화롭게 카시트에 태웠다. 열린 창문 너머로 만두가 “뒤에 괜찮아, 괜찮아”하면서 차 빼주는 걸 봐준다. 

“얘 토마토 주면 던질꺼야. 자기 먹어, 자기 먹으로가 가져왔어”

둥둥이가 나한테 건네받은 토마토를 바닥으로 던진 후에 만두가 말한다. “자 다녀올께요, 엄마야 다녀올께요!”하면서 악셀에 발을 얹는다. 

오늘 남태령 고개는 막히지 않았다. 오는 길에 ‘사당역 9분’이라는 말이 정말 맞았다. 사당사거리까지 10분이 걸렸다. 남부순환로를 타고 잘 흘러가고 있을 때, 라디오에서 기다렸던 피아노 선율과 멘트가 나온다. 

“그가 말했다.”

9시 37분 즈음이 되면 나오는 라디오 코너. 나도 모르게 오늘은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귀를 기울이는 코너. 오늘은 김용택 시인의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에서 한 귀절을 읽어준다. 


“아빠 잠깐 들어갔다 나올께!”

오늘은 정말 빨리 도착했다. 평소보다 10분 정도 짧게 걸려서, 23분 밖에 안 걸렸다. 먼저 연구원으로 핸들을 돌린다. 

매번 그렇듯이 연구원 앞에 잠깐 차를 세워두고, 둥둥이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말한다. 둥둥이는 매번 ‘잘 알겠다’는 듯이 손을 흔든다. 손에는 방울토마토 그릇을 쥐어줬다. 

나는 얼렁 들어가서 팀장에게 내가 왔다는 걸 알리려고 약간의 문소리와 의자소리를 낸다. 컴퓨터를 켜서 로그인을 하고 다시 휘리릭 뛰어나온다. 

둥둥이는 차로 돌아온 아빠에게 토마토를 주겠다고 “으으으으으응~” 한다. “오, 둥둥이가 아빠 주는거야?”하면서 한입 받아먹는다. 또 하나 주겠다는 걸, “아빠 이거 먹고~”라면서 고개를 돌리고 차를 뒤로 뺀다.


“안녕하세요오~, 인사 드려야지!”

50미터 차를 몰고 어린이집 앞에 차를 세운다. 둥둥이를 카시트에서 내리려는데, 녀석, 언제인지 벨트에서 어깨를 다 빼놓고 있었다. 이 짜식. 

차에서 내려서 둥둥이 가방을 메어주고 손을 잡고 걸어들어갔다. 오늘은 왠일인지 다른데로 안 새고, 순순히 어린이 집에 입성한다. 

다른 엄마들이 나오신다. “안녕하세요오~”라고 말하는데 나도 모르게 둥둥이한테 말하는 톤으로 말해버렸다. 하이톤에 귀여운척 말해놓고는 민망해서, 바로 “인사드려야지!”라고 붙여본다. 

어린이집에 들어가니, 둥둥이는 신을 벗고 바로 책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아빠가 부릉이 책을 읽어주는게 좋은가보다. 오늘은 몇 권을 읽으려나. 

작은 나무벤치에 앉고, 둥둥이를 허벅지 위에 앉힌다. 책을 기다리는 둥둥이를 꼭 한번 껴안아보았다. 등허리가 뜨끈뜨끈한데도 아빠 배와 가슴에 착 달라붙어있으려고 등을 뒤로 밀고 있는게 느껴진다. 

얼렁 둥둥이가 고른 책을 펼쳐서 읽어주었다. 

복도에서는 지나가던 선생님이 “시원이 여기있네~”하며 알아봐주시고, 다른 엄마는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기를 데리고 와서 “시원이, 같이 선생님한테 갈까?”하고 물어봐주신다. 책, 그것도 부릉이 책을 읽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둥둥이는 들은 척도 안 한다. 아기 엄마는 귀여운 그러나 다급한 느낌으로 발을 구르며, “아이고, 엄마 지각하겠다아~”고 말하며 나간다. 

다른 아빠도 왔다. 뭔가 응아 노래를 해주는데, 애가 진짜 너무나 좋아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아빠 다리에 폭 껴안는다. 그리고 아빠를 올려다보는데, ‘나도 그 맘 알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둥둥이랑 열심히 뛰어놀거나 춤출 때, 아빠의 노력에 치하하듯이 두 다리를 꼭 껴안고 아빠를 올려다본다. 그 순간의 장면을 나는 며칠동안 되네이면서 좋아했었다. 저 아빠도 참 좋은 아빠구나 하고 생각했다. 

엄마랑 떨어지기 싫었던 아기는 선생님 품에서 울고 있고, 아기 엄마는 어쩔 수 없이 “엄마 갈께~”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하신다. ‘에고, 오늘 마음이 계속 걸리시겠네’ 생각하면서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를 드렸다. 


“쉬야 하자아~” 

책을 3권 읽은 둥둥이를 화장실에 데려가서 바지와 기저귀를 벗겼다. 오줌이 묻을까봐 이번엔 윗도리도 올려줬다. 작은 소변기에 찰싹 달라붙어서 쉬야를 시작한다. 

아차, 꼬추 방향을 안 잡아줬구나. 

아래쪽으로 향해 찰싹 달라붙어있던 덕분에 오줌 일부가 변기 아래로 흘렀다. 얼렁 티슈로 오줌을 닦고, 물을 묻혀서 또 닦고, 마른 티슈로 다시 닦았다. 

둥둥이는 어느 순간 손을 씻으러 세면대 앞에 갔는데, 아차 세워져있는 메트 위로 올라가있었다. 메트가 넘어지지 않게 다리를 갖다대고, 이제 손을 씻긴다. 오줌이 묻었을까봐 사타구니와 다리도 닦았다. 

“시원이 어딨지?” 기저귀를 다시 입히는데, 선생님이 찾으신다. “시원이 여기 있어요오~”하고 바지를 후다닥 입혔다. 품에 안겨있던 둥둥이가 내 얼굴을 마주보고 있다. 나는 그 순간이 아쉬워서 “아빠, 아이 이뻐~ 해주세요”라고 아양을 떤다. 둥둥이는 역시 치하하듯이 ‘야이 예쁘”하며 뺨을 쓰담아준다. 


“다녀오겠습니다아~”

이 정도 놀아줬더니, 둥둥이는 별 일 없이 선생님들한테 간다. 선생님들이 둥둥이를 이뻐해줘서 참 마음이 좋다. “아빠한테 배꼽인사 해볼까? 손 여기!”하면서 선생님이 둥둥이 인사를 시키시길래, 나도 다리를 모으고 배꼽인사를 준비했다. 

둥둥이가 나에게 허리숙여 인사를 해준다. 나도 둥둥이에게 허리숙여 인사를 한다. “다녀오겠습니다아~” 둥둥이는 기분좋게 방으로 들어갔다. 나도 선생님께 눈인사를 하고 어린이집을 나선다. 9시 10분이다. 미리 출근하기를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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