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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160811 아침

zingari.JQ 2018. 2. 19. 06:56

둥둥이는
아침에 사무실 다녀온 아빠와 함께 차를 몰고
뜨거운, 그래서 다른 차들이 주차를 안 하는 어린이집 앞 주차장에 함께 차를 세웠어.

차에서 조금 더 놀고 싶어했으나
너무 뜨거워서 얼렁 들어가자는 아빠 얘기에
동의했나봐

아빠 손가락을 꼭 잡고 어린이 집으로 열심히 걸어갔지.

20초가 지났을까, 어린이집 현관에 들어갔더니
저 멀리 하영이가 엄마랑 떨어지면서 울고 있고
둥둥이가 볼까 싶어 어서 
“신발장으로 신발 넣자, 옳치!“하고 바람을 넣었어.

아차,
바로 책방으로 뛰어가려는 둥둥이를 얼렁 들고 
가운데 방 낮은 창문에서 친구들과 형 누나들이
간식 먹고 있는 걸 보여줬지

"엉, 친구들이 간식 먹고 있네?! 둥둥이도 얼렁 가서 간식 먹을까?”

이번엔 의지를 꺾지 않겠다며
내려놓자마자 책방으로 뛰어들어가는 둥둥이를
얼렁 쫓아갔어

책을 잡기 전에 번쩍 들어서
바로 옆 손씻는 세면대에 데리고 갔어

아빠 무릎사이에 둥둥이 골반을 딱 끼고
(한번 빠져나가려 했지만, 다시 자세를 딱 잡고)
손을 씻기 시작했어

‘싫어, 내 의지를 더 이상 꺾지마!‘라는 마음으로
둥둥이는 온갖 싫은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짓고 있었지만
아빠는 알았지. 
'연기구나, 진정성이 조금 부족한 틈이 보인다.’

이때다 싶어서 설득 작전에 들어갔어.
“둥둥이, 들어봐봐. 얼렁 손을 씻고, 간식을 먹으러 가지 않으면 안 될 꺼 같아. 간식이 없어지면 어떡해"라며
쉬리릭 데리고 갔어.

다시 가운데 방 낮은 창문에 앉아서
"봐봐, 친구들이 간식 먹고 있는데 금방 끝날꺼야. 둥둥이 간식 없어지면 어떡해. 얼렁 가서 냠냠냠 맛있게 간식을 먹고, 선생님한테 '함께 책 읽어주세요’ 하면 어떨까?”

이러는 우리를 본 효정샘이 거들어주셨어.
“시원아, 얼렁 와서 간식 먹자아~”

원감선생님은 방 안에서 창 안쪽까지 오셔서
“시원이 이리 올래요?"라고 물으셨지.

느낌이 왔어. 
바로 창문으로 넘겨주면, 아이는 운다.
원감선생님께 메세지를 보내는 마음으로 
둥둥이에게 말했지.

"둥둥씨, 우리 얼렁 저쪽으로 쒹 들어가서 맛있는 거 먹을까?”

역시 이때 생각나는 건 슈퍼맨이었어.
둥둥이를 슈퍼맨 자세로 안은 다음에
낮은 자세로 “하나~ 두울~ 세엣!"하면서 날아가기 시작했지.

안으면서 본 둥둥이 표정은 웃고 있었어.
다행이다. 

역시 효정샘이 가운데방 문 앞에 오셔서
둥둥이를 받으실 준비를 딱 하시더라고.

하지만 둥둥이는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겠다는
독립된 자아를 가지고 있었어. 

방문 앞에서 딱 서서, 방 안을 직접 두발로 걸어갔어.
방 안에 효정샘이 그런 당당한 둥둥이를 무릎 꿇고 기다려주셨지.

방문을 넘고 간식의 냄새가 나는 친구들의 테이블로 가까이 간 둥둥이는
(언제나 그렇듯이) 효정샘이 와락 안겨주는 환영 인사를 받았고,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정중하게 뒤를 돌아서서
배꼽에 손을 얹고 아빠에게 인사를 해주었어.

'아들이 나에게 인사를 한다. 나도 인사를 정중히 해야지’

아빠도 배꼽에 손을 얹고 정중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렸어.
그 가슴벅찬 0.2초…

하지만 고개를 들자 둥둥이는 휘리릭 간식 테이블로 달려가고 있었어.

'아, 정중한 인사.. 아니.. 다행이다.. 안전하게 울지않고 간식에게 갔구나’

돌아가는 길에,
방문 너머, 창문 너머 둥둥이를 보았지만
하루 쉬고 돌아온 어린이집 분위기를 살펴보며
간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 둥둥이.

뭔가 어디선가 아쉬운 마음이 들다가도,
'아니야, 오늘 하루 잘 들어갔다. 잘 했다’ 싶었어요.

유리문을 나사며 괜시리 뜨거운 햇살에게 찡그려보고
다시 우우웃~하며 연구원으로 발길을 돌렸어요.

내일은 둥둥이와 놀러간다. 우리 가족 놀러간다.
기쁜 생각을 하다가, 차에서 "우리 내일 놀러가자"는 아빠 말에
둥둥이가 '음메~'하며 먹여주는 시늉, 건초 자판기에 천원짜리 넣는 시늉을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 내일 일정에 없던 농장을 들려야 하나. 코스를 수정해보자” 하며 연구원 문을 들어왔어. 



추신. 
아참,
오늘 오는 차에서
라디오를 한참 듣다가
국립국악원 앞에 지나갈 때
“둥둥아, 아빠랑 노래 부를까?"하면서
곰세마리를 불렀거든

근데 또 불러달라고 그러더라

후렴부 2번 반복하고
세번째에서 둥둥이한테 '히쭉 히쭉 잘한다’ 시켰더니
맞춰서 히쭉히쭉 손으로 하늘 찌르면서 잘 하더라

"둥둥아, 또 해줄까?” 물어봤더니
“에에~” 그래서 한 5~6번 해줬어.

이제 곰세마리 노래부르기 놀이가 시작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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