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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노벨 경제학상에 책 <Poor Economics(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의 저자 아브지히트 바네르지, 에스테르 뒤플로가 선정되었다. 그 외에도 마이클 크레이머도 포함되어서 총 3명이다.
이 책은 한국에도 번역되어 있는데, 어떤 내용인지를 검토해보니 흥미로워 보인다. (아래 관련 기사 스크랩 참고)
<Poor Economics>가 현장에 기반을 둔 실증연구라는 점에서는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과 비슷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인류학에서 좀 더 관심 있게 읽어볼 필요가 있어보인다.
가난한 이들의 조건과 합리성에 대한 주장은 인류학자 제임스 C. 스콧의 <농민의 도덕경제>와 비교해볼 지점이 있다. 동남아시아 농민들은 생계 위기 상황을 면하기 위해서 '안전 제일'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며, 이들은 최소한의 사회적 삶을 위한 '생계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며 지배 계급에게 '호혜성의 규범'을 지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는 논지. 특히 생계선을 겨우 넘긴 소득을 유지하며 사는 생활에서는 '이익의 극대화'보다 '안전 제일'을 선택하기 때문에, 이들의 합리성은 다른 종류의 것이라고 스콧은 설명했다. 이러한 논의가 <Poor Economics>에서는 어떻게 연결될까? 식민지의 농촌에서 일어났던 일이, 현재 도시의 빈곤 현장에서 벌어지는 곳으로 옮겨졌을 때도 이 관점은 유지될 수 있을까?
<Poor Economics>에서 '작은 경제적 스위치'라고 부르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작고 정교한 변화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제안은 과연 실제로 어떻게 작용했을지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듯. 빈민들에게 무담보 소액대출을 해주는 '그라민 은행'을 설립하며 2006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무함마드 유누스. 이에 대해 인류학자 라미아 카림은 저서 <가난을 팝니다>에서 '그라민 은행'이 과연 여성의 억압적이니 사회경제적 조건을 완화시켰는가를 추척한다. 그러나 되레 이 마이크로크레딧으로 빈민 여성들이 가정과 마을 안에서 대출의 창구로 활용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여성의 취약한 지위가 달라지지 않았기에, 새로운 형태의 종속으로 이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Poor Economics>에서 제안한 단기 계약직 선생들을 다수 고용하는 정책은 현재 어떠한 상태로 진행되고 있을까? 추적 현장연구가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아래는 관련 기사들을 약간 스크랩해봤다. 관련되서 좀 더 찾아보고 읽어봐야 겠다.
민중의 소리, 2019.10.20., "역대급 파격, 노벨경제학상이 빈곤의 현장에 눈을 돌리다", https://www.vop.co.kr/A00001442576.html.
경제학에서 벌어지는 많은 논쟁들은 현장이 아니라 책상머리에서 이뤄진다. 주류경제학이 그런 학문 아닌가? 주류경제학은 “인간은 이기적 존재다”라는 명제 하나로 무려 200년을 버텨왔는데 진짜로 그런가? 실험을 해보면 인간은 이기적일 때도 있지만 이타적일 때도 있고 협동적일 때도 있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현장을 누비며 연구를 해보면, 책상머리에서 떠든 것들은 와르르 무너지기 일쑤다.
... 예를 들어 모기장 문제는 이렇다. 직접 수 십 곳의 빈곤층 마을에 모기장을 공짜로도 나눠주고, 돈을 받고 팔기도 하고, 10% 할인 쿠폰을 주기도 한 뒤 사용률을 조사하는 것이다. 이렇게 직접 해보면 석학들의 책상머리 논쟁은 너무나 허무하게 결론이 난다. 실험 결과 최선의 방법은 모기장을 무료로 나눠주는 것이다. 다만 그냥 나눠주지 말고 모기장의 사용법을 충실히 설명한 뒤 나눠주면 모기장 사용률이 극대화된다.
... “가난은 수 천 년 동안 줄곧 우리 곁에 있었다. 50년, 100년을 기다려야 가난의 뿌리를 뽑을 수 있다면 기다릴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우리에게는 실행 가능한 방법이 있다. 당장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허세를 부리지 말고, 좋은 의도를 품은 세계 전역의 수 백 만 명과 함께 크고 작은 아이디어를 무궁무진 개발하자. 그러한 아이디어가 99센트로 하루를 살아야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세계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베리타스 알파, 2014.10.1., "[필독서 따라잡기]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아비지트 베너지, 에스테르 뒤플로)",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29249.
그러나 아비지트 배너지와 에스테르 뒤플로의 생각은 달랐다.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부모들이 왜 무료 예방접종을 거부하는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보건소에 오게 할 수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현장에 연구팀을 꾸렸다. 연구팀은 무작위로 마을을 선정한 뒤 세 개 그룹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그룹에는 변화를 주지 않았고 두 번째 그룹에서는 간호사들이 예방접종을 독려했다. 그리고 세 번째 그룹에서는 아이들에게 예방접종을 시킬 경우 부모에게 콩 2파운드를 주고 필수 예방접종 다섯 가지를 모두 받으면 스테인리스 쟁반세트를 줬다. 6개월 뒤 접종률을 확인한 결과, 콩과 쟁반을 나눠준 그룹에서는 38퍼센트가 접종을 마쳤고 간호사들이 접종을 유도한 그룹에서는 17퍼센트, 아무 변화도 주지 않은 그룹에서는 6퍼센트만 접종을 받았다. 예방 접종을 받으러 오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 접종 후 아이의 상태를 살피는 정성 등 가난한 부모가 입을 당장의 손실을 콩 2파운드가 보상한 결과가 빚어낸 차이였다.
실험을 통해 두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려면 그들을 움직이게 할만한 작은 경제적 스위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경제적 이득 추구라는 인간의 본성이 빈곤 문제 해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이론을 정립했다.
kangsc73 블로그, 2012.7.20., "[서평]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http://blog.naver.com/kangsc73/150143140876.
이어서 이러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기존의 정책들과 제조들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이를테면 가난한 사람은 덜 가난한 사람에 비해 훨씬 위험한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설령 같은 강동의 불운이 닥쳐도 그 파장은 크지만 그에 대비하기 위해 주변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보험의 편익에 그들이 별 다른 관심이 없는 이유를 보험사와 피보험자간 신뢰성 문제에서 찾고 있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은 열정과 기지가 넘치기 때문에 적은 자원으로도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지만, 문제는 이들의 열정이 대부분 영세하고 주변의 수많은 사업과 차별화되지 않는 사업에 투입된다는 데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영세한 사업을 더 크게 키울 관리능력도 부족해서 큰 수익을 올려도 사업을 확장하려 하기보다 다른 일을 병행하는 쪽을 선택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전 세계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녀의 장래직업으로 바라는 것을 조사한 내용이었다.
조사 결과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자녀의 장래직업으로 공무원을 가장 선호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경제적 안정에 대한 기대 때문에 보인다고 해석하면서, 안정적 직장은 생각 외로 커다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사람들의 인생관까지 바꾸고 미래를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에 있다는 것이다. ...
BBC, 2019.10.15., "노벨경제학상: '빈곤 퇴치' 위해 실험적 접근 성공적", https://www.bbc.com/korean/news-50051606.
수상자들은 인도, 케냐 등 개발도상국에서 빈곤 퇴치를 위한 정책 개발에 힘써왔다. 특히 '현장 기반 실험적 연구'로 경제학의 혁신을 가져왔다. 직접 현장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거대담론이 아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작고 정교한 변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는 이 방법은 현재 개발경제학의 지배적 방법론으로 정립됐다.
바네르지, 뒤플로, 크레이머의 방법론은 수많은 개도국 어린이의 건강 증진, 질병 예방, 교육 개선 등에 현실적인 처방을 제시했다. 한 예로 이들은 인도에서 선생님의 부재로 교육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넘쳐난다는 사실을 진단하고 단기 계약직 선생들을 다수 고용하는 정책 도입을 추진했다. 또 선생의 성과가 좋을 때만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을 함께 도입해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이 같은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인도 내 5백만 명 이상의 어린이가 교육받을 수 있었다.
노벨상위원회는 이들 방식이 빈곤과 싸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앞으로도 이들 연구가 전 세계 빈곤층의 삶을 개선하는데 엄청난 잠재적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추가로, <Poor Economics>의 한국어 번역서 제목이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라는 건,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윤의 극대화라는 '경제적 합리성'이라는 기준을 버리지 않고 가난한 사람에게 적용하겠다는 뜻인가? 이 책이 그런 내용은 아닐 것 같다. 다른 종류의 합리성이 있다는 뜻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경제학'이란 뜻으로 쓰려고 해도, 이건 좀 어패가 있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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