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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첫째가 울었다.

zingari.JQ 2025. 12. 22. 04:26

2025.12.21.

첫째가 울었다.

일요일 아침에도 영어 숙제를 해야 한댄다.
어제도 하루종일 그 숙제를 했건만, 아직도 더 해야 한댄다.

둘째와 함께 저녁 산책을 나가자고 했을 때도,
역사저널 그날을 보며 함께 깎아먹으려고 샀던 배가 상할 동안에도,
첫째는 영어 숙제에 매달려야 했다.

수학 선생님 집을 못 찾아갈 정도로 길을 모르진 않은데,
피아노 학원에 학교 가방을 두고 집으로 올 정도로 정신없지는 않은데,
영어 학원 앞에 자전거를 두고 스케이트 차에 올라탄다.
무슨 요일에 어디를 가야하는지, 나도 모르겠고 아이도 잘 모른다.
한자도 시켰더만, 그건 학원을 안 다녀서 그런가 조용히 넘어갔다.
권투를 시켜야 하나 그런 이야기를 나눴던 게 아이에게 미안해진다.

영어 숙제를 10챕터나 내줬댄다.
영어 책을 듣고 읽어서 녹음하고 손으로 써서 요약을 해야하는데
그게 10챕터나 된댄다.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하려는 첫째 입장에선 너무 많다.
하루에 하나씩만 해도 많은 양인 거 같은데,
5챕터도 많다, 3챕터만 하지…

밤을 새고 겨우 일어난 일요일 아침,
아이들 있는 앞에서 이 문제를 얘기했다.
너무 과하다고, 이런 방식은 말이 안 된다고

첫째가 운 게, 나 때문이라고 했지만
아니다
아이가 운 건, 우리가 싸울까봐였다.
혹시 엄마 아빠가 자기 때문에 싸울까봐,
그래서 울었다.

아이들과 하루를 보내고
늦은 밤 조용히 설겆이를 하다가
이제서야 이 생각이 들었다.

엄마 아빠가 싸우는게 얼마나 무서웠을까
목소리만 커져도 얼마나 무섭게 느껴졌을까
그걸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며 얼마나 무거웠을까

자고 있는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아이의 얼굴을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쳐다본다
숨소리를 조용히 맡는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다시는 무서워하지 않게 해야지
아침에 아이를 잘 안아줘야지
잡은 손이 너무 예뻐서 너를 꼭 안아줬던 아침 햇살 아래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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