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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각 종치는 거, 자녀분들 데리고 가면 어때요? 가족 있으면 그런 거 해야죠"
연구실에서 터덜터덜 내려오면 꼭 들리는 뮤직 방앗간 지기가 말했다.
"어?! 그 생각을 못 해봤네요?"
"아이들 그때 아니면 못 가는 거 아닐까요? 아이들에겐 그런 기억이 소중히 남아있을텐데"
그러길래, 가봐야할까… 2025년 마지막 하루를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때,
생각도 못 한 보신각 얘기를 해준 거였다.
다음 날, 집에 있으면서 밀린 설겆이를 하고 쌓인 빨래를 개면서 어떻게 갈까 고민만 하다가,
결국 날씨가 추워서 아이들이 고생할까봐 가지 않기로 했다.
대신 동네 공원에 겨울마다 열리는 스케이트장에 가기로 했다.
오늘은 올 해 마지막 날이라 특별히 22시까지 연장한다는 소식에, 휘리릭 내려가서 티켓을 끊었다.
아들들이 하나씩 집에 오니, 저녁 먹고 스케이트장에 가자는 말에, 두 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좋아한다.
12살 큰 아들은 무심한 척 '어, 그래'라면서, 5살 작은 아들인 반가웁게 '예에에에!'하며 손을 씻으러 간다.
저녁을 휘리릭 먹고, 작은 아들은 '어서 준비해서 가자! 아빠, 옷 입어야지!'라며 닥달하는 아빠 흉내를 낸다.
큰 아들에겐 '옷 더 두껍게 입자'며 닥달을 한다. 아이코, 이것도 새해부턴 안 해야지.
대단한 건 없다.
30분 일찍 도착한 탓에 매점 안에 앉아 있으니 육개장 사발면 냄새에 만두가 컵라면을 시킨다. 시원이도 당연하지.
선우는 소세지를 꺼낸다. 각자 맛있게 먹고 난 뒤 스케이트에 발을 끼운다. 선우는 썰매를 탄다더니, 겨우 꼬셨다.
시원이는 스케이트를 곧 잘 탄다. 만두는 시원이랑 스케이트를 시원하게 타고 싶은가보다.
선우는 저쪽에서 썰매를 탄댄다. 근데 엄마랑 간댄다. 조금 이따 교대해줘야겠군.
간식을 먹고, 스케이트와 썰매를 탔다.
선우를 태운 썰매로 컬링 게임 흉내를 냈다. 그마저도 아이는 좋댄다.
일하시는 젊은 분들께 새해 인사를 나눴다.
빨개지는 귀와 볼을 붙잡고 차로 향했다.
차를 주차하고 집에 들어왔더니
시원이는 피아노를 치고
선우는 뜨끈한 바닥에 배를 깔고 엄마와 그림을 그린다.
내가 씻는다니 시원이도 저쪽에서 씻겠단다.
선우는 더 놀고 싶은가 보다.
흑백요리사를 틀고
와인과 슈톨렌을 준비한다.
선우는 그림책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어? 2분 밖에 안 남았는데?!"
시원이 말에 급하게 유튜브 채널을 찾아서 보신각 타종 행사를 티비로 보았다.
올해도 티비로 보았다.
그래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오늘 하루가 기억에 남았을까?
"열두살 하느라고 고생했어. [아빠, 나는?] 응, 다섯살 하느라고 고생했어. 이제 신나는 열세살 여섯살 보내렴"
2025년 마지막 하루는 이 말로 시작해서 이 말로 끝났다.
새해에는 덜 외롭고 더 행복하길, 바라옵고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