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메모 1

볼로냐를 다니다가 건물마다 다른 모양의 포르티코(아케이드)가 연결되어 있는 걸 보고,
이거에 대한 연구를 하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도시인류학에서 유명한 연구서 <On the Plaza>가 공공공간에 대한 탐구를 했다면,
우연히 생겨 도시의 상징이 된 볼로냐의 아케이드(여기서는 포르티코, 한국에선 주랑 또는 회랑이라고도 부른다)를 연구한다는 건, 도시 공공성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상인들이 물건을 길거리에 내놓고 팔다가 비와 햇볕을 안 맞으려고 나무 가리개를 세웠고, 시는 허가하는 대신 아케이드를 세우라고 지시했으며, 대학 강의실이 모자라서 아케이드 위에다 건물을 증축하거나 또는 아케이드 아래서 강의를 했다는 전설....

지금은 볼로냐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상징이 되었으며, 가게 곳곳에도 이를 아이콘으로 그려서 사용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북쪽 광장에 금토마다 열리는 장터이다.
주로 물건을 떼다 파는 상인들이 광장에 모여 있고, 옷이나 신발 등을 파는데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 이탈리아 사람보다 외지인이 훨씬 많다.
차도르를 두른 아랍계 여성들이 유모차를 끌고 나오고, 동유럽에서 온 엄마와 아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 물론 이탈리아 할머니가 모여서 좋은 옷을 고른다고 옷 더미를 헤집고 있기도 하지만, 그걸 파는 사람은 중국인이다.

더 북쪽에 있는 공원에도 상점들이 열리는데 여기에는 인도나 아프리카 사람들이 있다. 아마 장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 광장 바깥에 자리잡은 것 같다.

아, 뭐가 흥미롭냐면, 작은 트럭을 놓고 앞에 가판대를 설치하고 그 위에 천막을 치는데, 천막 천장을 더 연장해서 거기에도 아케이드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아케이드라는 공간이 필요해서 만들어졌지만, 공공성을 갖고 더 나아가 상징성, 어쩌면 도시의 규칙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아케이드로 이 도시의 공공성을 어떨게 풀어볼 수 있을까? 자료 조사와 인터뷰를 해보고 싶어졌다.

'다니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창 대화, 경림소머리국밥  (0) 2019.08.20
볼로냐 공원에 대하여  (0) 2019.07.08
코레아, 서울?  (0) 2019.07.02
1유로에 집을 산다면?  (0) 2019.02.20
서울교대 카페 밀갸또  (0) 2018.02.1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