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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선물이에요.”나는 사실 생일이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생일에 무언가를 기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이번 생일도 당연히 조용히 지나가기를 소망했다. 그래서 가족 셋이서 여행을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거실에서 노는 둥둥이를 등 뒤에 두고 설겆이를 하고 있었다.어느 순간 둥둥이가 “아빠, 선물이에요"라며, 무언가를 내 옆에 두었다.듀플로를 2단으로 쌓은 블럭들에 단추 장식을 곱게 올려놓고 케잌이라고 준 것이다."으응?! 아빠 선물이에요?” “네에, 아빠 선물이에요.”꾀꼬리같이 목소리로 대답하는 아들을, 그리고 정성스런 선물을 보노라니,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뭐랄까, 생일은 내게 존재하는 이유를 항상 묻던 날이었는데, 이번 아들의 선물은 나에게 존재의 이유를 알려주는 ..
며칠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 그리고 너무 힘든 꿈을 꿨다.만두는 조개가 되었고, 둥둥이는 멍게가 되어 있었는데, 내가 부주의하게 둘을 들고있다가 조개에 멍게가 찢어지고 안에 있는 내용물이 바다에 다 흘러가 버렸으며, 그 흘러가는 것들을 다시 주어담으려고 하는 사이에 조개도 깨져서 또 바다에 흘러가는 장면이었다.왜 부주의했을까 이 슬픔을 어떻게 해야할까 꿈 속에서 아무 말도 못 한 채 계속 힘들어하고 있었다.그러다 부모님을 뵙게 되자마자 눈물이 터지면서 그 사실을 고백하는데 만두와 둥둥이가 부모님 댁에 머물고 있었다.정말 그리고는 꿈이 깼다.…왜 그런 꿈을 꾸었을까, 몇날 며칠을 생각해보았다.요즘 둥둥이를 볼 때, 나도 모르게 머리속으로 ‘화를 내면 둥둥이는 어떻게 될까’ ‘짜증을 터뜨리면 내 속..
예전에 다니던 익숙한 곳으로 새롭게 출근하게 되었다.뭐랄까 미세먼지 같은 것이 걷어지고 상쾌한 느낌이랄까? 직장을 다니면서 은근히 있었던 부담이 사라져서 그런지, 발걸음이 유쾌해졌다.어제, 퇴근을 산길로 해보았다. 건물을 나서는데 저 멀리 누군가가 산 길을 걷고 있었다. 전혀 모르는 길인데 무작정 따라가봤다. 방향을 보아하니 가야 할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 것 같았다.산 길을 걷다보니, 멀리 있다 생각했던 건물이 알고보니 산등성이 너머로 가까웠다는 걸 알게 됐다. 길 중간에는 공터도 있었고, 여기저기 갈림길도 있었다. 어느 길로 가야하나 고르는 순간에는 약간의 짜릿함도 느꼈다.별 문제 없이, 산 아래 주택가로 내려왔다. 동네 골목 사이사이로 내려오니 그다새 지하철 역에 도착했다.이제 발이 풀려서 더 걷고 ..
잘 데려다주고 왔어차에서 내려야 할 때 “어린이집 안 갈껀데?” 이러길래 “그럼 아빠는 갈께!“하고 안 보이는데까지 걸어가 숨어서 지켜봤거든예전에는 지 혼자 차에서 내리는 시늉이라도 하더니 오늘은 카 시트에 앉아서 계속 앞 창문을 주시하는 거 있지가서 “가쟈!” 이랬더니 “자일리톨 껌 먹을꺼야"라길래 이때다 싶어서 "이리 내려, 껌 줄께"라고 유도했지바로 카시트와 차에서 나려오더라고 껌을 입에 넣어주며 "차 문 닫으세요” 그랬더니 바로바로 하더군순조롭게 들어가서 신발이랑 옷 벗고 서랍에 짐 휘리릭 넣고 화장실 가서 휘리릭 싸고 손도 휘리릭 씻고 잘 들어갔어역시나 샘이 나와서 문을 열어주고 맞이해주셨어…암튼 오늘 잘 들어갔어
아침에 둥둥이 차에서 잠들어서내가 안아서 데리고 갔다.그랬더니 어린이집 앞에서 스르르 깼어“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나더라니” 아빠 품에 앉아서 아빠야가 “둥둥이 오늘 친구들이랑 막 놀고(양손을 잡고 하늘로 찌름) 선생님한테 안녕하세요 인사도 하고(양손을 잡고 배꼽을 가리며 인사함) 맛있는 것도 냠냠냠 먹고(오른손을 잡고 숟가락질 흉내냄) 낮잠도 코오오오 자고(내 팔에 둥둥이 머리를 기대게 몸을 기울이고 코오오 소리를 냄) 그러겠네? 엄청 좋겠다아!!”이렇게 두번 하니깐 씨익 웃으면서 좋아하더라 귀여워 둥둥이일부러 책방 있는 쪽으로 안 가고 화장실 있는 쪽으로 가서 손 씻고 가운데 방으로 데리고 가니깐 순순히 가더만아 아니구나 내가 양 손을 잡고 부웅 띄운 다음에 좌우로 슈잉 슈잉 하면서 갔구나..암튼 가운..
오늘은 길이 조금 밀리더라. 사당역 사거리까지 가는데, 또 막히더라고.연구원에 57분 쯤 도착했어요. 차 세우고 둥둥이한테 “아빠 다녀올께!“하는데 매점 아줌마가 오시더라고. 열린 창문으로 오셔서 "할머니한테 뽀뽀! 뽀뽀!"하는데 운전석으로 건너가려던 둥둥이가 못 건너가고 있더라고.나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아빠 다녀올께!"하고 사무실로 들어갔어요. 가방놓고 나오는 사이에 정문으로 둥둥이가 매점 할머니 손을 잡고 오는데, 울고 있는거야."애가 울더라고” 둥둥이가 매점 아줌마한테 겁먹어서 그랬구나 “어이구, 우리 애기 울었쩌?"하면서 한 손으로 번쩍 안았지."감사합니다. 인사드려!"하면서 차로 왔고, 아빠와 운전석에 딱 달라붙어서 50m 운전을 했지.어린이집 앞에 차를 세워두고 못 다한 운전 놀이를 위해 ..
둥둥이는 아침에 사무실 다녀온 아빠와 함께 차를 몰고 뜨거운, 그래서 다른 차들이 주차를 안 하는 어린이집 앞 주차장에 함께 차를 세웠어. 차에서 조금 더 놀고 싶어했으나 너무 뜨거워서 얼렁 들어가자는 아빠 얘기에 동의했나봐 아빠 손가락을 꼭 잡고 어린이 집으로 열심히 걸어갔지. 20초가 지났을까, 어린이집 현관에 들어갔더니 저 멀리 하영이가 엄마랑 떨어지면서 울고 있고 둥둥이가 볼까 싶어 어서 “신발장으로 신발 넣자, 옳치!“하고 바람을 넣었어. 아차, 바로 책방으로 뛰어가려는 둥둥이를 얼렁 들고 가운데 방 낮은 창문에서 친구들과 형 누나들이 간식 먹고 있는 걸 보여줬지 "엉, 친구들이 간식 먹고 있네?! 둥둥이도 얼렁 가서 간식 먹을까?” 이번엔 의지를 꺾지 않겠다며 내려놓자마자 책방으로 뛰어들어가는..
응 사무실에 09:05에 도착하고 어린이집에 09:10에 도착해서 들어갔어 들어가는 데 꽃잎반 남자애 하나가 할아버지랑 왔는데 안 들어간다고 계속 버티고 유리문 앞에 있더라고 “우리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하고 들어가는데 둥둥이가 ‘어? 저 형 안 들어가나?‘하는 표정으로 계속 쳐다보길래 “모기 물리겠다, 들어오실라우?” 물어봤더니 짜식이 눈에 힘주고 “나는 안 들어갈 껀데요!“라고 또박또박 말하더라고 그래서 "네 알겠습니다” 하고 둥둥이 신발을 얼렁 벗겨서 내가 직접 신발장에 넣어주고 얼렁 둥둥이를 데리고 들어왔어 (혹시 둥둥이도 안 들어간다고 하면 우짜나 싶어서) 그 다음부터는 뭐 익숙한 스토리야 책방에 먼저 들어가서 동요책에서 을 틀어놓고 손을 흔드면서 좋아하고 있었고 나를 쳐다보는 둥둥이한테 “아빠..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 장조 3번, 정경화의 연주.아침 6시에 핸드폰에서 알람으로 울리는 곡이다. 물론 이 연주를 좋아해서 알람으로 걸어놓았지만, 아침 6시부터 1시간동안 울리는 곡을 언제 어디서부터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상태에서 슬며시 잠이 깬다.아니 잠이 깨지 않은 채, 음악소리만 들리는 정도랄까. 만두가 이불 속에서 뒹굴면서 “자기야… 음악 끌까?” 물었지만, 나는 “…아니 냅둬”라며 다시 잠을 청한다. 비틀즈, ‘예스터데이’7시 4분이 되면, 거실에서 음악이 나온다. 역시 사랑하는 곡이지만, 언제 전주가 흘렀는지 어디에 쓸쓸한 여운이 흘렀는지 전혀 모른채 잠을 안 깨려고 노력한다. 가장 사랑하는 곡 ‘렛 잇 비’가 흐르지만 여전히 나는 ‘냅 둬 줘’ 생각하며 잠을 붙잡는다. 결국 ‘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