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RADCLIFF-BROWN, A. R., 1940, "On Joking Relationship", Africa: Journal of the International African Institute, 13-3: 195~210, Cambridge University Press, https://doi.org/10.2307/1156093.
---
농담 관계에 관하여
A. R. 래드클리프-브라운
---
F. J. 페들러(F. J. Pedler)가 발표한 ‘농담관계’에 관한 짧은 글은, 이미 같은 주제에 대해 앙리 라부레(Prof. Henri Labouret)와 드니즈 폴므(Mlle. Denise Paulme)가 발표한 두 편의 논문을 잇는 것이었다. 이 글들의 출판은 이 관계들의 본질에 대한 일반 이론적 논의가 『Africa』 독자들에게 흥미로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농담관계(joking relationship)’라는 용어가 의미하는 것은, 두 사람 사이에서 한쪽이 관습적으로 다른 쪽을 놀리거나 조롱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게 해야만 하는 관계를 말한다. 이에 대해 상대방은 불쾌감을 표시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주요 유형이 있다.
첫째, 대칭적 관계(symmetrical relation) — 양쪽 모두 서로를 놀리고 비웃을 수 있다.
둘째, 비대칭적 관계(asymmetrical relation) — A가 B를 조롱하지만 B는 기분 좋게 받아들이며 보복하지 않는다. 혹은 A가 마음껏 놀리지만 B는 조금만 되받아친다.
이러한 관계의 구체적 형태는 사회마다 다양하다. 어떤 사회에서는 농담이나 놀림이 말로만 이루어지지만, 다른 사회에서는 신체적 장난(horse-play)을 포함하기도 한다. 또한 어떤 곳에서는 농담에 외설적인 요소가 들어가지만, 다른 곳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와 같이 표준화된 사회적 관계는 아프리카뿐 아니라 아시아, 오세아니아, 북아메리카 등에서도 매우 널리 퍼져 있다. 이 현상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비교연구가 필요하다. 인류학 문헌에는 이를 위한 자료가 어느 정도 축적되어 있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러한 관계가 관찰되고 정밀하게 기술되는 경우가 아직도 드물기 때문이다.
‘농담관계(joking relationship)’에는 친밀함과 적대감이 기묘하게 결합(peculiar combination of friendliness and antagonism)되어 있다. 이러한 행위는 다른 사회적 맥락에서는 분명히 적대나 갈등을 표현하고 유발할 행동이지만, 여기서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겉으로는 적대감을 가장하지만, 실제로는 진정한 우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관계는 ‘허용된 무례(permitted disrespect)’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농담관계에 대한 완전한 이론은, 사회적 관계와 사회생활 전반에서 ‘존경(respect)’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이론과 일관되거나 그 일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광범위하고 중대한 사회학적 문제다. 사회 전체 질서의 유지가 특정 인물, 사물, 그리고 상징적 관념에 대해 적절한 종류와 정도의 존경이 표현되는가에 달려 있음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혼인 관계를 매개로 한 친척들 간 농담관계는 아프리카뿐 아니라 세계 여러 지역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예를 들어, 드니즈 폴므(Mlle. Paulme)는 도곤(Dogon)족의 사례를 기록하면서, 한 남성이 아내의 자매와 그들의 딸들과 농담관계를 맺는다고 보고하였다. 많은 경우, 이러한 관계는 남성과 그의 아내의 남매(형제와 자매) 모두와 맺어진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구별이 존재한다. 즉, 남성이 아내보다 나이가 어린 그녀의 형제자매들과는 농담을 주고받지만, 나이가 많은 형제자매들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내의 형제자매와 농담을 주고받는 관습은 대체로 사위와 장인·장모 사이의 극도의 존경, 혹은 부분적·완전한 회피(avoidance)의 관습과 함께 나타난다.
농담과 회피가 함께 나타나는 이러한 구조적 상황(structural situation)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결혼은 여성의 가족 관계가 크게 조정되고, 그녀가 남편과 새로운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는 사회구조의 재조정(readjustment)을 수반한다. 동시에 남편 역시 아내의 가족과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되지만, 그는 여전히 외부자(an outsider)로 남는다. 논의를 간결하게 하기 위해, 여기서는 남편의 처가(妻家) 관계만 고려하겠다.
이 관계는 결합과 분리, 즉 '사회적 결합'과 '사회적 분리'가 함께 존재하는 관계로 묘사될 수 있다. 남편은 태어난 가문·혈통·씨족(lineage or clan)에 의해 이미 사회적 위치를 부여받고, 그에 따른 권리와 의무, 그리고 타인과 공유하는 활동 영역을 가지고 있다. 결혼 전까지 아내의 가족은 남편에게 외부자이며, 남편 역시 그들에게 외부자이다. 이것이 결혼으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사회적 분리(social disjunction)이다.
반면, 사회적 결합(social conjunction)은 아내가 결혼 후에도 일정 부분 가족과의 관계를 지속하고, 부모와 친척들이 여전히 그녀와 자녀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데서 비롯된다.
만약 무지한 이들이 말하듯이 아내가 ‘돈을 주고 산’ 존재라면, 남편이 아내의 가족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여지는 없을 것이다. 노예는 살 수 있지만, 아내는 살 수 없다.
'사회적 분리'는 이해관계의 차이를 내포하며, 따라서 갈등과 적대의 가능성을 수반한다. 반면에 '사회적 결합'은 분쟁의 회피를 요구한다. 그렇다면 이 두 요소가 동시에 존재하는 관계가 어떻게 안정되고 질서 있는 형태로 유지될 수 있을까? 그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이와 같이 연관된 두 사람 사이에 극도의 상호 존경(extreme mutual respect)과 직접적 접촉의 제한(direct personal contact)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수많은 사회에서 사위와 장인·장모 사이의 매우 형식적인 관계로 나타난다. 그 중 가장 극단적인 형태는 남성과 그의 장모가 어떠한 사회적 접촉도 하지 않는 완전한 회피 관계를 맺는 경우이다. 그러나 이 회피를 적대의 징후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물론 현명한 사람이라면 적과의 접촉을 피할 것이지만, 그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나는 한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에게 왜 장모를 피해야 하는지를 물은 적이 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그녀는 세상에서 나의 가장 좋은 친구다. 내 아내를 나에게 주었으니까.” 사위와 장인·장모 사이의 상호 존경은 우정의 한 형태이다. 그것은 서로의 이해관계 차이에서 비롯될 수 있는 갈등을 예방한다.
이러한 극도의 상호 존경과 절제의 관계에 대한 '대안(alternative)'이 바로 상호적인 '무례(disrespect)'와 '허용(licence)'이 특징인 농담관계이다. 심각한 적대감은 장난스럽고 유희적인 적대(playful antagonism)—놀림(teasing)—을 통해 억제된다. 이러한 놀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서, 관계의 본질적 요소 중 하나인 '사회적 분리'가 지속적으로 표현되고 상기된다. 동시에, 모욕을 받아도 기분 나빠하지 않는 우정(friendliness)을 통해 '사회적 결합(social conjunction)'이 유지된다.
아내의 가족 안에서, 극도의 존경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과 무례하게 대해야 하는 사람들 간의 구분(discrimination)은 세대(generation)와 때로는 세대 내의 연장 서열(seniority)에 따라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존경을 요구받는 친척'은 '한 세대 위(the first ascending generation)'의 인물들이다. 즉, 아내의 어머니와 그녀의 자매들, 아내의 아버지와 그의 형제들, 때로는 아내의 외삼촌(어머니의 오빠)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농담을 주고받는 친척'은 대체로 자신과 같은 세대(same generation)의 인물들이다. 그러나 매우 자주, 세대 내부에서도 연장자와 연소자 간의 구별이 이루어진다. 즉, 아내의 언니나 오빠는 존중해야 하지만, 그보다 어린 동생들은 놀림의 대상이 된다.
어떤 사회에서는 한 남성이 결혼하기 훨씬 이전, 심지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혼인을 통해 맺어질 인척(affinal relatives)을 가지게 된다. 이것은 ‘필요적 또는 선호 결혼(required or preferential marriage)’ 제도에 의한 것이다.
간략히 하기 위해 여기서는 그중 한 가지 유형만을 다루겠다. 많은 사회에서 ‘남자는 자기 어머니의 오빠(또는 형제)의 딸과 결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이것이 바로 ‘교차사촌혼(cross-cousin marriage)’이라고 불리는 관습의 한 형태다. 이런 경우, 남성에게 있어서 어머니의 오빠의 딸, 혹은 그와 동일하게 분류되는 모든 여성들(classificatory cousins)은 그의 잠재적 배우자(potential wives)이며, 그들의 남자 형제들은 잠재적 인척(즉, 처남들)이 된다.
이러한 결혼 형태는 북아메리카의 오지브웨(Ojibwa) 인디언, 우간다의 치가(Chiga), 피지(Fiji)와 뉴칼레도니아(New Caledonia)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발견된다. 이 경우, 남자는 어머니의 오빠의 아들과 딸들과 농담관계(joking relationship)를 맺는다.
이 중 하나의 사례로 오지브웨족의 기록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교차사촌들이 서로 만나면 반드시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들은 서로에게 농담을 던지며, 자기들 기준에서도(우리 기준에서도 마찬가지로) 가장 외설적인 암시를 하곤 한다. 그러나 이들은 ‘친족(kindred)’ 관계이기 때문에, 누구도 그런 농담에 불쾌함을 느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농담하지 않는 교차사촌들은 ‘사교 규칙을 어기는 무례한 사람(boorish)’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농담관계는 앞서 논의된 것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성격을 지닌다. 결혼 이전부터 이미 형성되며, 결혼 후에는 형제자매 인척(brothers- and sisters-in-law) 간의 관계로 이어진다.
아프리카의 일부 지역에는 혼인과 무관한 농담관계도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페들러(Mr. Pedler)의 보고에 따르면, 두 개의 별개 부족인 수쿠마(Sukuma)와 자라무(Zaramu) 사이에는 상호 농담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또한 자료에 따르면, 수쿠마와 지구아(Zigua), 응고니(Ngoni)와 벰바(Bemba) 부족 사이에도 유사한 관계가 존재한다.
한 여성의 증언에 따르면, 수쿠마족 내부에서도 이러한 거친 놀림(rough teasing)의 관습이 존재하며, 이는 다른 많은 아프리카 부족들처럼 혼인으로 연결된 사람들 사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두 부족 간 농담관계는 비교적 드물게 나타나지만, 페들러(Mr. Pedler)가 제안하듯이 매우 주의 깊게 조사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다른 지역에서는 씨족(clans) 사이에서도 유사한 관계가 관찰된다.
이 현상은 앞서 언급한 라부레 교수(Prof. Labouret)와 드니즈 폴므(Mlle. Paulme)의 논문들에서 기술되어 있으며, 탈렌시(Tallensi) 사회에서는 포르테스 박사(Dr. Meyer Fortes)가 이를 연구했고, 조만간 그가 후속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경우, 두 씨족은 혼인으로 특별히 연결되어 있지 않다. 그들 사이의 관계는 겉으로는 적대감의 형태를 띤 연합(alliance)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우호와 상호 원조(real friendliness and mutual aid)를 기반에 둔 관계이다.
이때의 일반적 구조적 상황(structural situation)은 다음과 같다. 개인은 일정하게 규정된 사회집단—예를 들어 씨족(clan)—의 구성원으로서, 그 내부의 다른 구성원들과 사회생활의 모든 주요 영역에 걸쳐 복합적인 권리와 의무를 맺고 있으며, 이는 명확한 제재(sanctions)에 의해 뒷받침된다.
자신이 속한 집단 밖에도, 그 집단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어 법적·도덕적 관계(jural and moral relations)가 확장되는 다른 집단이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아프리카에서는, 페들러의 기록에 따르면 지구아(Zigua)와 자라무(Zaramu) 사이에는 농담관계가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두 부족이 이미 서로를 “은두구(ndugu)”, 즉 ‘형제(brothers)’로 간주할 만큼 더 밀접한 유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친밀한 관계권(field of close social relations) 바깥에는 자신의 집단에 외부자(outsiders)로 존재하는 또 다른 집단들이 있으며, 그들과의 관계는 잠재적 또는 실제적 적대(possible or actual hostility)를 내포한다.
이러한 두 집단 간의 고정된 관계에서는, 양 집단의 분리성(separateness)이 반드시 인식되어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 분리성 자체가 인정될 뿐 아니라 강조되는 순간에
농담관계가 제도화된다.
즉, 적대의 표현(show of hostility)과 지속적인 무례(perpetual disrespect)는
그 관계의 구조 속에 본질적으로 내재된 '사회적 분리'를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는 행위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분리를 파괴하거나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그 위에 우정과 상호 원조의 '사회적 결합'이 구축된다.
따라서 여기서 제시되는 이론은 다음과 같다.
씨족·부족 간의 농담관계, 그리고 혼인 인척 간의 농담관계—이 두 가지 모두는,
'결합'과 '분리'라는 두 요소를 동시에 유지·결합시키는 명확하고 안정된 사회적 행동체계(social behaviour system)를 조직하는 방식들이다.
이 이론을 완전히 입증하려면, 그 함의를 추적하고 다양한 사례에의 적용을 세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짧은 논문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이 필요할 만큼 방대하다.
다만, 몇 가지 '친족관계 속에서 존경(respect)과 무례(disrespect)'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이론의 정당성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그 전체를 다루기보다는 몇 가지 중요한 지점(significant points)을 간략히 제시하는 데 그치고자 한다.
---
친족 체계를 연구할 때, 각 친척을 그에게 표현되는 존경의 종류와 정도(kind and degree of respect)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비록 친족 제도는 세부적으로 매우 다양하지만, 그 속에는 매우 널리 퍼진 몇 가지 일반 원칙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한 개인이 자신보다 한 세대 위에 속한 친척들에게 '뚜렷한 존경(marked respect)'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아버지는 반드시 존경을 표시해야 하는 인물이다. 이것은 소위 모계사회(matrilineal societies)—즉 모계 씨족이나 계보로 조직된 사회들—에서도 마찬가지다.
또한 이러한 존경의 태도가 바로 윗 세대(first ascending generation)의 모든 친척들에게,
나아가 친척이 아닌 사람들에게까지 확장되는 경향을 매우 자주 관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령 집단(age-sets)으로 조직된 동아프리카의 여러 부족에서는, 한 남성이 자신 아버지의 연령 집단의 모든 남자들과 그들의 아내들에게 특별한 존경(special respect)을 표해야 한다.
이러한 행위의 사회적 기능(social function)은 분명하다. 사회적 전통(social tradition)은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된다. 이 전통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권위(authority)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권위는 일반적으로 이전 세대의 구성원들에게 귀속되어 있으며, 그들이 사회적 규율(discipline)을 행사한다.
그 결과, 두 세대 간의 관계에는 일반적으로 불평등(inequality)의 요소가 포함된다. 부모와 그 세대의 사람들은 우위(superiority)의 위치에 있으며, 자식들은 그들에게 종속(subordinate)된 위치에 있다. 따라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아들이 아버지에게 존경을 표하도록 함으로써 유지되는 비대칭적 관계(asymmetrical relation)이다.
한 개인과 그의 조부모(grandparents) 및 조부모 세대의 형제자매들과의 관계로 시선을 돌려보면, 대부분의 인간 사회에서 2대조(second ascending generation)**의 친척들은 바로 윗 세대보다 훨씬 덜한 존경(less respect)을 받는다. 그리고 두 세대 간에는 뚜렷한 위계적 불평등(marked inequality) 대신 '친근한 평등(friendly equality)'에 가까운 경향이 나타난다.
지면의 제약으로 인해 이 사회 구조의 특징을 충분히 논의할 수는 없지만, 이 주제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현상이다. 많은 사회에서 조부모와 손자 세대가 사회 구조 속에서 그들의 자식·부모 세대(즉, 중간 세대)와 대립적인 위치(opposition)로 묶이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이 문제를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는, 인간 사회의 시간적 흐름 속에서—사람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죽어가는 과정에서—손자 세대가 조부모 세대를 대체(replace)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회에서, 실제로 세대를 건너뛴 친족(alternate generations) 간에 비교적 온화한 농담관계(mild joking relationship)가 존재한다.
손자들은 조부모를 놀리며, 분류적 친족 체계(classificatory system of terminology)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로 불리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장난을 걸고, 그들 또한 같은 방식으로 응답한다(reply in kind).
조부모와 손자는 혈연(kinship)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그들은 나이(age)와 사회적 지위의 차이(social difference)로 구분된다. 이는 손자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완전한 참여(full participation)를 시작하는 시점에, 조부모는 그 사회생활에서 점차 물러나고(retiring) 있기 때문이다.
개인은 자신의 세대, 그리고 특히 부모 세대의 친척들에게 중요한 의무(important duties)를 지니며, 이 의무는 많은 제약(restraints)을 수반한다.
하지만 2대조(second ascending generation)—조부모와 그 형제자매들—과의 관계에서는 이러한 제약이 훨씬 약하다. 따라서 보통은 단순한 우정(simple friendliness)과 상대적 자유(relatively free from restraint)의 관계가 형성된다.
이러한 맥락에서도, 농담관계는 사회적 결합(conjunction)과 사회적 분리(disjunction)를
함께 포괄하는 관계를 질서 있게 조정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
내 생각에 이 논지는 이러한 관계들의 세부 사항을 살펴보며 강력히 뒷받침될 수 있다(혹은 심지어 입증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면 관계상 한 가지 예시만을 들 수 있다.
이 맥락에서 매우 흔한 농담의 형태는 다음과 같다. 손자가 할아버지의 아내와 결혼하고 싶다고 가장하거나, 할아버지가 죽으면 그렇게 하겠다고 하거나, 그녀를 이미 자신의 아내처럼 대하는 것이다. 혹은 그 반대로, 할아버지가 손자의 아내(혹은 손자의 아내가 될 사람)을 자신의 아내라고, 혹은 아내일지도 모른다고 가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 농담의 요점은, 조부모와 손자 사이의 연령 차이(age difference)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가장(pretence)에 있다.
---
세계 여러 지역에는, 누이의 아들이 외삼촌(mother’s brother)을 놀리거나 그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회들이 있다. 이러한 경우, 농담관계는 대체로 비대칭적(asymmetrical)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조카(nephew)는 외삼촌의 재산(property)을 가져갈 수 있지만, 그 반대는 허용되지 않는다. 혹은 나마 호텐토트(Nama Hottentots) 사회의 경우처럼, 조카는 외삼촌의 가축 떼(herd)에서 좋은 짐승(fine beast)을 취할 수 있지만, 외삼촌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볼품없는 짐승(wretched beast)을 가져가는 식이다.
이러한 ‘특권적 무례(privileged disrespect)’의 관습이 가장 두드러진 형태로 나타나는 사회적 구조는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동남아프리카의 톤가(Thonga), 태평양의 피지(Fiji)와 통가(Tonga), 북미의 센트럴 수 종족(Central Siouan tribes) 사회에서는 모두 부계 계통(patrilineal lineage)을 중시하며, 부계를 통한 친척(relatives through the father)과 모계를 통한 친척(relatives through the mother) 사이에 뚜렷한 구별(marked distinction)이 존재한다.
이전에 발표한 한 논문에서 나는 외삼촌에 대한 특권적 친근감(privileged familiarity)의 관습을 해석한 바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사회 체계(social system)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보살핌(care)과 훈련(training)을 받아야 한다. 보살핌에는 애정적이고 이타적인 헌신(affectionate and unselfish devotion)이 필요하며,
훈련에는 규율(discipline)의 적용이 요구된다. 우리가 여기서 다루는 사회들에서는 부모와 다른 친척 집단 간에 일정한 기능 분화(division of function)가 존재한다.
통제와 규율은 주로 아버지와 그의 형제들, 그리고 대체로 그의 자매들에 의해 행사된다. 이들은 존경과 복종(respect and obedience)의 대상이 되는 친척들이다.
반면 어머니는 주로 애정 어린 보살핌(affectionate care)을 담당한다. 따라서 어머니와 그녀의 형제자매들, 즉 외삼촌과 외숙모 등은 도움을 요청하거나 너그러움을 기대할 수 있는 친척들(relatives who can be looked to for assistance and indulgence)이다.
통가(Tonga)와 남아프리카의 일부 부족에서는 이 외삼촌(mother’s brother)을 “남성 어머니(male mother)”라고 부른다. 나는 이러한 사회들에서 외삼촌의 특별한 지위(special position)에 대한 나의 해석이 이후의 현지조사(field work)를 통해 더욱 확증되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나는 그 글을 쓸 당시부터 이 논의와 해석이 존경과 무례(respect and disrespect)의 사회적 기능에 관한 일반이론에 맞추어 보완될 필요가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외삼촌과의 농담관계는 이 글에서 제시된 '관계 일반이론(general theory of such relationships)'과 매우 잘 부합한다. 한 개인의 가장 중요한 의무(duties)와 권리(rights)는
살아 있는 조상과 죽은 조상을 포함한 부계 친족(paternal relatives)에게 속한다. 그는 부계 씨족(patrilineal lineage or clan)에 소속되어 있다.
반면, 그의 모계 친족(mother’s lineage)에게 그는 외부자(out-sider)이지만, 동시에 그들은 그에게 특별하고 애정 어린 관심(special and tender interest)을 가진다. 따라서 이 관계 또한, 두 사람 사이에 '결합'과 '분리'가 동시에 존재하는 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
---
그러나 이 경우의 관계는 '비대칭적'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카(nephew)는 무례하게 행동하고, 외삼촌은 받아들인다. 즉, 두 사람 사이에는 불평등(inequality)이 존재하며, 조카가 우위(superior)에 있다. 이 점은 원주민들 자신도 인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통가(Tonga)에서는 “누이의 아들은 그의 외삼촌에 대하여 하나의 ‘족장(chief, eiki)’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주노드(Junod)는 통가 사람의 말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전한다. “모계의 조카(uterine nephew)는 족장이다. 그는 자기 외삼촌에게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따라서 외삼촌과의 농담관계는 세대 간의 일반적인 위계 관계를 단순히 무효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관계를 전복(reverse)시킨다. 즉, 아버지와 고모(father’s sister)에 대한 우월성은 그들에게 보이는 '존경의 형태'로 드러나지만, 조카가 외삼촌에 대해 갖는 우월성은 ‘허용된 무례(permitted disrespect)’라는 반대 형태로 표현된다.
앞서 언급했듯, 대부분의 사회에는 “자신보다 한 세대 위의 친척에게 존경을 보여야 한다”는 광범위한 규범적 경향이 존재한다. 그런데 외삼촌을 희화화하고, 그의 체면을 희생시키는 농담관습은
이러한 규범과 명백히 충돌한다.
이 두 가지 행동 원리 간의 충돌(conflict between principles of behaviour)을 인식할 때, 우리는 동남아프리카의 톤가(Thonga)와 반다우(VaNdau) 부족의 친족용어체계(kinship terminology)에 나타나는 겉보기에 기이한 특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톤가 종족의 경우, 외삼촌은 '말루메(malume, 남성 어머니)'라 불리지만, 동시에 혹은 더 자주 '할아버지(kokwana)' 로 지칭된다. 그는 자신의 누이의 아들을 '손자(grandchild, ntuAklu)'라고 부른다.
반다우족에서는 외삼촌뿐 아니라 그 아들까지도 ‘할아버지(grandfather, tetekulu, 문자 그대로는 great father)’로 불리며, 그들의 아내들은 ‘할머니(grandmother, mbiya)’로 불린다. 반면, 누이의 아들과 아버지의 누이의 아들은 모두 ‘손자(grandchild, imuzukulu)’라 불린다.
이처럼 기이해 보이는 친족 분류 방식(apparently fantastic way of classifying relatives)은
일종의 '법적 허구(legal fiction)'로 이해될 수 있다. 즉, 모계 계통의 남성 친척들(male relatives of the mother’s lineage)이 모두 동일한 관계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이 관계는 한쪽에서는 특권적 친밀함(privileged familiarity)을, 다른 한쪽에서는 배려와 관용(solicitude and indulgence)을 포함하므로, 본질적으로 조손(grandchild–grandfather) 간의 관계와 유사하게 인식된다. 실제로 대부분의 인간 사회에서 자주 나타나는 관계이기도 하다. 이 '법적 허구'에 의해 모계삼촌은 더 이상 '존경받아야 할 윗 세대(first ascending generation)'의 구성원이 아니라, 이 관계의 허용된 친교의 범주에 속하게 된다.
이 해석을 정당화하기 위해, 반다우(VaNdau)의 용어체계에 나타나는 또 하나의 법적 허구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동남부 반투(Bantu) 계열 부족들에서는 고모(father’s sister)와 자신의 자매(sister),
특히 누나(elder sister)가 반드시 큰 존경(marked respect)을 받아야 하는 인물로 간주된다. 이 두 사람 모두 남성의 부계 계통(patrilineal lineage)에 속한다.
반다우족에서 고모는 “여성 아버지(female father, tetadji)”라 불리며, 자매 또한 같은 명칭으로 불린다. 즉, '용어적 분류의 허구(terminological fiction)'를 통해 자매는 아버지의 세대(father’s generation)—즉, 존경을 표해야 할 인물들이 속한 세대—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동남부 반투(Bantu) 부족들에서는 두 종류의 농담관계(joking relatives)—할아버지와 외삼촌—이 서로 동일한 관계 유형으로 통합(assimilation)된다. 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할아버지와 처남(brother-in-law)이 비슷한 방식으로 묶이는 예를 살펴보자.
북아메리카의 체로키(Cherokee) 사람들은 한때 약 2만 명 규모였으며, 7개의 모계 씨족(matrilineal clans)으로 나뉘어 있었다. 남자는 자기 씨족이나 아버지의 씨족에 속한 여인과는 결혼할 수 없었다. 같은 씨족에 속한 구성원은 형제들과 어머니의 형제들(mother’s brothers)과 연결되며, 이 관계는 '공동 구성권(common membership)'으로 형성된다.
그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씨족에 속한 자신의 세대 또는 아버지 세대의 모든 친척들에게 뚜렷한 존경(marked respect)을 보여야 한다. 그는 아버지(father)라는 용어를 아버지의 형제들뿐 아니라 고모의 아들들(sons of his father’s sisters)에게도 적용한다.
이 역시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은 법적 허구의 한 형태이다. 즉, 그가 존경해야 하는 자기 세대의 친척들(relatives of his own generation) 중, 아버지의 모계 계통(matrilineal lineage of his father)에 속한 사람들은 부모 세대(the generation of his parents)에 속한 것처럼 간주된다. 그의 직접 친족의 범위는 어머니의 씨족과 아버지의 씨족, 이 두 씨족에 포함된다. 그 부족의 다른 씨족들에게 그는 어느 정도 외부자(out-sider)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두 조부의 씨족(clans of his two grandfathers)—즉, 부계조부의 씨족(father’s father’s clan)과 모계조부의 씨족(mother’s father’s clan)—과는 특별히 연결되어 있다. 그는 이 두 씨족의 모든 구성원들을, 나이에 상관없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들 전체와 농담관계를 맺는다.
한 남자가 결혼할 때는 처가 부모(wife’s parents)에게 존경을 표해야 하지만, 그 형제자매(wife’s brothers and sisters)와는 농담을 주고받는다.
여기서 흥미롭고 중요한 점은 다음과 같다. 한 남자가 자신이 ‘할머니(grandmother)’라 부르는 여성, 즉 자신의 부계조부 씨족(father’s father’s clan)이나 모계조부 씨족(mother’s father’s clan)에 속한 여성과 결혼하는 것이 특히 적절(appropriate)한 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결혼하면, 그의 아내의 형제자매들—그가 여전히 농담을 주고받는 사람들—은
이전에 그가 ‘조부모(grandfathers and grandmothers)’라 부르며 농담을 나누던 사람들과
같은 관계적 지위에 놓이게 된다.
이는 남자가 외삼촌의 자녀들과 농담관계를 맺고, 그 가운데 한 명(보통 딸)과 결혼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광범위한 사회 조직(widely spread organization)에 대해 유비(analogous)적 것이기도 하다.
---
체로키 사회에는 '일방적 농담관계(one-sided joking relationship)'도 있다는 점을 덧붙여야 겠다. 한 남자가 고모부(father’s sister’s husband)**를 놀리는 관계이다. 이러한 관습이 뱅크 제도의 모타(Mota)에서도 발견된다.
이 두 사회는 모계 중심적(matrilineal) 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곳에서는 외삼촌이 존경받는 반면, 고모의 아들(father’s sister’s son)은 ‘아버지(father)’라 불린다. 따라서 고모부는 ‘아버지의 아버지(father of a father)’가 된다. 이 친척에 대해서는 별도의 명칭이 존재한다.
이러한 관습이 나타나는 사회들에 대한 추가적인 현지조사가 이루어져야만 그 의미를 확실히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한, 이러한 형태의 관계는 아프리카에서는 보고된 바가 없다.
이 논문에서 시도한 것은, 가장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수준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well-marked) 농담관계가 어떠한 구조적 상황(structural situation) 속에서 발견되는지를 규정하려는 것이다. 우리가 다루어온 사회들은 그 기본 사회구조(basic social structure)가 친족(kinship)에 의해 형성되는 사회들이다. 개인은 출생(birth)이나 입양(adoption)을 통해 사회구조 안에서 일정한 지위를 부여받으며, 이를 통해 다수의 타인들과 사회적으로 연결(connection)된다. 그중 일부와는 명확히 규정된 법적 관계(jural relation)—즉, 권리(rights)와 의무(duties)의 측면에서 정의될 수 있는 관계—를 맺는다. 어떤 사람들이 이러한 관계의 당사자가 되는지는, 그리고 그들 간의 권리와 의무가 어떻게 규정되는지는, 사회구조의 형태(form of the social structure)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아버지와 아들(father and son), 혹은 형과 동생(older and younger brother) 사이에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관계를 들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유형의 관계는 종족(lineage)이나 씨족(clan), 또는 연령 집단(age-set)의 모든 구성원들에게까지 상당히 넓은 범위로 확장될 수 있다.
이러한 구체적 법적 관계들은 단순히 '하면 안 되는 것(negative duties)'뿐 아니라 '해야 하는 것(positive duties)'으로도 정의된다. 즉, '금지(prohibition)'와 '의무(obligation)'가 모두 포함된다.
한편, 사회 전체의 정치적 단위(political society) 전반에 걸쳐 존재하는 보다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법적 관계(general jural relations)도 있다. 이것들은 거의 전적으로 금지의 형태(terms of prohibitions)로 표현된다.
예컨대, 타인을 죽이거나 상처 입히거나, 그들의 재산을 빼앗거나 파괴하는 것은 금지된다. 이 두 가지 종류의 사회관계 외에도 매우 다양한 형태를 포함하는 제3의 관계가 존재한다. 이것을 '동맹(alliance)' 또는 '연합(consociation)'의 관계라고 부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한 형태의 동맹은 두 개인 또는 두 집단이 선물이나 서비스의 교환(exchange of gifts or services)을 통해 서로 연결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예로는, 아프리카 전역에서 널리 퍼져 있는 '혈맹(blood-brotherhood)' 제도를 들 수 있다.
---
이 논문이 제시하고자 한 주장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농담관계(joking relationship)란 이러한 의미에서 '특수한 형태의 사회적 연합(alliance)'이다. 물품이나 서비스의 교환(exchange of goods or services)에 의한 연합은 경우에 따라 농담관계와 결합되기도 한다. 예컨대 라부레(Labouret) 교수가 기록한 사례가 그렇다. 또는 이러한 교환관계가 회피관습(custom of avoidance)과 결합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안다만 제도(Andaman Islands)에서는 한 남자의 부모와 그의 아내의 부모가 서로 일체의 접촉을 피하고 말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젊은 부부를 매개로 하여 정기적으로 선물을 교환하는 관습이 있다.
한편, 사모아(Samoa)처럼, 농담이나 회피의 요소 없이도 선물 교환이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결혼 당사자 남녀의 가족 간 선물 교환, 혹은 족장(chief)과 그의 ‘대화 족장(talking chief)’ 간의 교환이 그러한 경우이다.
혈맹(blood-brotherhood)에 의한 동맹에서도 농담관계가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잔데(Zande)족 사이에서는 그러하며, 이름 교환(name exchange)으로 맺어지는 유사한 연합에서도 상호 농담(mutual teasing)이 관찰된다. 그러나 이러한 연합들 가운데 일부는 오히려 극도의 존경(extreme respect)을 수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호주 남부(South Australia)의 인접 부족들 사이에서는, 서로 거리를 두고 있으며 종종 적대적(hostile)인 두 공동체 출신의 소년이 각자의 탯줄(umbilical cord)을 교환하며 동맹을 맺는다.
이렇게 맺어진 관계는 '신성한 관계(a sacred one)'로 간주되어, 두 소년은 평생 서로에게 말을 걸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성장한 후에는 정기적인 선물 교환(regular exchange of gifts)을 통해 관계를 이어가며, 이는 두 부족 간 교류 혹은 상업적 연결(commerce between the two groups)을
지속시키는 사회적 장치로 작동한다.
이렇게 하여, 동맹 또는 연합(consociation)의 네 가지 형태를 구분할 수 있다.
(1) 통혼(inter-marriage)을 통한 연합,
(2) 물품이나 서비스의 교환(exchange of goods or services)에 의한 연합,
(3) 혈맹(blood-brotherhood) 혹은 이름(name) 또는 성물(sacra)의 교환에 의한 연합,
(4) 농담관계(joking relationship)
이 네 가지는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도 있고, 여러 형태가 결합된 형태(combined forms)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결합 양상에 대한 비교연구는 매우 흥미롭지만 동시에 복잡한 문제들을 제기한다. 라부레 교수와 폴므가 서아프리카에서 기록한 사례들은 귀중한 자료를 제공하지만, 이 문제들이 사회구조의 수준에서 만족스럽게 다뤄지기 위해서는 더욱 집중적인 현지조사(intensive field research)가 필요하다.
내가 ‘동맹에 의한 관계(relations by alliance)’라고 부른 것은 '진정한 계약 관계(true contractual relations)'와 비교될 필요가 있다. 후자의 경우, 이는 두 사람 또는 두 집단 사이에 체결된 명확한 법적 관계(jural relation)로, 각 당사자는 상대방에 대해 긍정적 의무(positive obligations)를 지닌다.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 행위는 법적 제재(legal sanction)의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혈맹에 의한 동맹(alliance by blood-brotherhood)에서는 상호 원조(mutual aid)의 일반적 의무가 있으며, 그 수행의 제재는 에반스-프리차드(Evans-Pritchard)가 지적했듯 주술적(magical) 또는 의례적(ritual) 성격을 띤다.
또한 선물 교환에 의한 동맹(alliance by exchange of gifts)의 경우, 받은 선물에 상응하는 반대급부(equivalent return)를 하지 않으면 동맹이 파기되고, 그 자리에 적대(hostility)가 생겨나며, 불이행 당사자는 명예에 손상(loss of prestige)을 입는다.
마르셀 모스(Marcel Mauss)는 이러한 형태의 연맹에도 주술적 제재(magical sanction)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항상 있지는 확실치 않으며 설령 존재하더라도 종종 부차적(secondary) 의미에 그친다.
농담관계(joking relationship)는 이러한 계약적 관계(contractual relation)와 여러 면에서 정반대이다. 계약 관계에서처럼 이행해야 할 구체적인 의무(specific duties)가 있지는 않다. 그 대신, 농담관계에서는 허용된 무례(privileged disrespect)와 자유(freedom), 허용(licence)이 인정된다.
단 하나의 의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무례를 당해도 '분노하지 않는 것(not to take offence)'이다. 단, 그 무례는 관습(custom)에 의해 정해진 한계(boundaries) 내에 머물러야 한다. 그 한계를 넘는 것은 금지된다.
관계 속에서 이러한 한계를 어기는 행위는 예절 규범의 위반(breach of the rules of etiquette) 같다. 그런 사람은 사회적 품행을 모르는 자, ‘자신의 처신을 모르는 사람(one who does not know how to behave himself)’으로 여겨진다.
진정한 계약적 관계(true contractual relationship)에서는 두 당사자가 공통의 이해관계(common interest)에 의해 결합된다. 각 당사자는 그 공통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특정한 의무(specific obligations)를 수락한다. 비록 다른 측면에서 그들의 이해관계가 상충(divergent)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 점은 관계의 본질을 바꾸지 않는다.
그러나 농담관계(joking relationship)와 회피관계(avoidance relationship)—이를테면
사위와 장모 간 관계처럼—에서는, 기본적으로 사회구조가 그들을 분리시켜 그들의 여러 이해관계를 상충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갈등(conflict)이나 적대(hostility)가 생길 위험이 있다.
이때 극도의 존경(extreme respect)이나 부분적 혹은 완전한 회피(partial or complete avoidance)는 이러한 갈등을 방지하면서도 두 당사자가 연결된 상태(conjoined)를 유지하도록 한다. 농담에 의한 동맹(alliance by joking) 또한 이와 같은 기능을 다른 방식으로 수행한다.
이 논문에서 내가 시도한 바, 또는 앞으로 시도할 수 있는 일은, ‘농담관계’가 사회구조의 일반 비교연구 속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는가를 밝히는 것이다. 내가 잠정적으로(provisionally) ‘친교(consociation)’ 또는 ‘연합(alliance)’ 관계라 부른 것들은 정치사회(political society)의 공통 구성원 자격에 의해 설정된 관계들과 구별된다. 후자(정치적 사회관계)는 예절(etiquette), 도덕(morals), 또는 법(law)의 일반적 의무들로 규정된다. 또한 그것들은 진정한 계약적 관계(true contractual relations)와도 다르다. 계약관계는 각 당사자가 스스로의 의지로 진입하며, 각자에게 명확한 특정 의무(specific obligation)가 부여된다.
나아가 그것들은 가족(domestic group), 종족(lineage), 혹은 씨족(clan)의 공동 구성원 자격에서 비롯된 관계들과도 구별된다. 이러한 관계들은 각각 사회적으로 승인된 권리와 의무의 전체 집합을 통해 정의된다. 반면, 친교(consociation)의 관계는 어떤 형태로든 사회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이 논문은 형식화되거나 표준화된 농담관계(formalized or standardized joking relations)만을 다룬다. 다른 사람을 놀리거나 조롱하는 행위(teasing or making fun of others)는 모든 인간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양식이다. 다만 그것은 특정한 사회적 상황에서 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나는 영어권 국가의 특정 계층에서 젊은 남녀 간의 말장난과 몸장난(horse-play)이 구애(courtship)의 전 단계로 나타나는 경우를 관찰한 바 있다. 이것은 체로키 사람들(Cherokee Indian)이 자신의 ‘할머니들(grandmothers)’와 농담을 주고받는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물론 이러한 비형식적(unformalized) 행태들도 사회학적 연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본 논문의 목적상,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단 하나—‘놀림(teasing)’이란 언제나 우정(friendliness)과 적대(antagonism)의 복합(compound)라는 사실―이다.
어떤 사회에서든, 그 사회 속에서 농담관계가 특정한 형태로 나타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scientific explanation)하기 위해서는 그 제도가 보다 넓은 범주의 사회현상 중 하나로서
어떠한 자리를 차지하는지 심층적 연구(intensive study)로 파악해야 한다.
이는 곧, 사회 전체의 구조(the whole social structure)를 철저히 분석해, 그 사회에서의 농담관계의 구체적 형태와 발생 양상(form and incidence)을 일관된 체계의 일부로서 이해해야 함을 의미한다.
만약 “왜 어떤 사회가 바로 그러한 구조를 가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그 유일한 대답은 그 사회의 역사(history) 속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들, 예컨대 많은 아프리카 원주민 사회(native societies of Africa)는 오직 추측(conjecture)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추측은 과학적(scientific) 지식도, 역사적(historical) 지식도 제공하지 못한다.
---
송준규 번역, zingari.JQ@gmail.com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대만에서의 동성혼 합법화와 LGBT 공동부모에 대한 낙인 (Friedman & Chen, 2023) (0) | 2025.11.03 |
|---|---|
| 친족화: 초국가 입양가족에서 삶의 경로를 만들어내는 일 (Howell, 2003) (0) | 2025.10.27 |
| 인류학에서 역사 그리고 과학 (Kroeber, 1935) (2) | 2025.04.10 |
| 인류학에서 역사 그리고 과학: 대답 (Boas, 1936) (2) | 2025.04.09 |
| 인류학 그리고 역사학 (Evans-Pritchard, 1961) (0) | 2025.04.07 |